[김성재의 국제금융 인사이트] 오바마와 바이든의 '셰일 가스' 정책

오바마, 셰일가스 지원해 에너지가격 안정 인플레 일으킨 바이든은 석유 산업 축소해 유가 급등·탄소 감축 대책은 셰일가스 재개

2021-11-20     김성재 가드너웹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셰일가스 이미지 사진./픽사베이

미국 뉴욕주 중앙에 자리 잡은 이타카는 미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도시 가운데 하나이다. 과거 빙하가 휩쓸고 간 자리에는 올망졸망한 계곡과 폭포 그리고 큰 호수가 위치해있다. 해마다 여름이면 최상의 휴양 환경을 제공한다.

이타카를 비롯하여 뉴욕주 중부에는 다섯 개의 큰 호수가 손가락 모양으로 길게 뻗어 있어 핑거 레이크스 (Finger Lakes) 지역이라 불린다. 이 호수 변 언덕에는 일조량이 좋아 최상품의 백포도주가 생산된다. 코넬과 시러큐스 같은 명문 대학이 있어 많은 이들이 이곳을 찾는다.

가을이면 들녘에는 커다란 호박들이 형형색색으로 뒹굴고 도로 옆 나무들은 붉고 노란 잎들로 화려하게 치장한다. 10월 말 핼러윈에는 친절한 이웃들과 어울리는 아이들의 천국이 펼쳐진다. 그러나 11월 추수감사절이 가까워지면 혹독한 시련이 시작된다.

오대호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북풍이 온 땅을 얼리고 연일 내리는 눈은 온 세상의 푸른 것들을 모두 감추어 버린다. 영하 10도가 일상인 추운 겨울이 이듬해 4월까지 이어진다. 무엇보다 삶을 힘들게 하는 것은 비싼 연료비이다.

16년 전 필자가 그곳에서 유학할 때 대부분의 아파트 월세에 난방비가 포함돼지 않았다. 집안을 어느정도 따뜻하게 유지하려면 월 500달러(60만 원)는 난방비로 지출해야 했다. 생활비가 팍팍한 사람들은 집안에서도 두꺼운 옷을 껴입고 신발을 신고 생활했다. 난방비를 포함한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고 세계의 공장으로 변화하면서 에너지에 대한 엄청난 규모의 신규 수요가 창출되었다. 이로 인해 2000년대 초반 배럴당 20달러대에 머물던 원유가는 2008년 배럴당 130달러를 넘어섰다. 곧 배럴당 200달러를 넘을 것이라는 예상이 난무했다.

자동차용 가솔린 가격도 덩달아 뛰었다. 2008년 초 가솔린 가격은 갤런당 4달러를 넘어섰다. 그러나 그렇게 강세를 보이던 가솔린 가격은 점차 안정세를 보이더니 2014년 하반기 들어 급락했다.

2016년 초에 한국에서 온 지인과 함께 미국 동부를 여행할 일이 있었다. 북쪽으로 가다 버지니아주에 접어들었는데 주유소에 표시된 가솔린 가격의 첫 자리가 갤런당 1달러대였다. 생에 처음으로 1달러대 가솔린 가격을 보고 감격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에너지 가격의 안정은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강력하게 지원했던 셰일가스 혁명 (shale gas revolution)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미국은 줄곧 세계 석유 생산량 선두권에 있었지만, 소비량이 워낙 커 에너지 자급을 이룰 수 없었다.

1970~80년대 당시처럼 오일쇼크가 발생하면 경제가 몸살을 앓았다. 미국 경제의 흔들림은 세계 경제의 불안으로 확산했다. 당연히 미국은 원유 수출국이 집중된 중동 정세에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미국이 중동 정세에 개입할수록 미국을 향한 적대감도 커졌다.

달려가는 군인들. 전쟁 이미지 사진./픽사베이 제공

이런 배경 하에 수백 년 만에 미 본토가 처음으로 공격받은 9·11테러가 터졌다. 테러에 대한 후속조치로 시작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천문학적 규모의 인적·물적 손실을 초래했다. 이 문제에 대한 본질적 해결책은 미국 내 석유와 천연가스 생산량을 충분한 수준까지 늘리는 것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석유를 함유한 퇴적암에 액체를 주입하여 분쇄한 뒤 원유와 천연가스를 추출하는 프래킹(fracking, 수압파쇄공법)에 대한 지원을 강화했다. 미국의 앞선 기술을 활용해 내륙 깊은 지하에 잠자고 있던 대규모의 에너지원을 지표면으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적극 지원 아래 2008년부터 본격화된 프래킹은 인구 밀도가 낮고 경제가 낙후된 중부지역과 북동부 러스트벨트, 그리고 텍사스·루이지애나 등 남부지역 경제에 붐을 일으켰다. 프래킹은 70만이 넘는 일자리 창출과 0.5% 상당의 실업률 하락에 기여했다.

무엇보다 셰일가스 혁명을 통해 미국은 에너지 자급이 비로소 가능해졌다. 오바마는 그간 국가안보를 이유로 금지해 왔던 원유의 수출 금지도 해제했다. 당시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대로 가면 2024년 이전에 미국이 세계 최대 원유와 천연가스 수출국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금년 초 바이든이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셰일가스 산업에 엄청난 먹구름이 몰려왔다. 작년 대선 토론회에서 바이든은 “석유산업으로부터 빠져나올 것 (transition away)”이라 말하면서 셰일가스 산업을 고사시킬 것임을 분명히 했다.

바이든은 취임하자마자 첫날부터 셰일가스 산업을 죽이는 일련의 정책에 착수했다. 취임 첫날 캐나다로부터 미국을 관통해 멕시코만 정유 시설까지 원유를 수송할 키스톤 XL 송유관 승인을 취소했다. 또, 연방정부가 소유한 토지에서 신규 채굴을 금지토록 하는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다. 

이 모라토리엄 조치는 이후 법원에서 기각됐지만, 충격을 받은 셰일가스 산업은 크게 위축됐다. 신규 채굴사업 승인은 큰 폭으로 감소했다. 무엇보다 셰일가스 산업의 미래 전망이 암울한 이유는 향후 미국의 재무 위험이 크게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가장 중요한 어젠다의 하나로 밀어붙이면서 중앙은행인 연준까지 나서서 환경위해 업종에 대한 금융권의 지원을 감시하기 시작했다. 금융기관으로서는 ESG 점수를 유지하기 위해 셰일가스 산업에 대한 대출을 줄일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자본집약 산업에 속한 셰일가스 업체들은 금융권 지원이 끊기면 존속하기 어렵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최근 미국의 탄소배출 감축에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은 셰일가스 산업이다. 천연가스 사용 증가로 탄소 배출을 50% 이상 줄일 수 있었다. 기후 문제를 중시했던 오바마 대통령이 셰일가스 산업을 육성한 또 다른 이유이기도 했다.

또, 셰일가스로 인해 국제유가도 안정될 수 있었다. 인플레이션 문제가 심각해지고 이로 인해 지지율이 추락하자 바이든은 부랴부랴 세계수출국기구(OPEC)에 석유 생산을 늘이도록 종용했다. 

그런데 최근 인플레이션의 큰 원인 중 하나는 유가의 급등이고, 유가가 급등한 것은 셰일가스 죽이기에 나선 바이든 정책이 초래한 결과이다. 보다 근본적인 대책은 셰일가스 산업에 대한 지원을 재개하면서 단계적으로 기후 문제를 해결하려는 실용적 자세를 견지하는 것이다.

김성재 가드너웹대학교 경영학교수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종합금융회사에서 외환딜러 국제투자업무를 7년간 담당했고 예금보험공사에서 6년간 근무했다. 미국에서 유학하여 코넬대에서 응용경제학석사, 루이지애나주립대에서 경영학박사 (파이낸스)를 취득했다. 2012년부터 노스캐롤라이나주 가드너웹대학교에서 재무·금융을 가르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