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놈 vs 007 vs 듄···치열했던 10월 극장가, 韓영화는 ‘가뭄’
외국영화 374%↑, 한국영화 76%↓···대조적 매출·관객수, 2004년 이후 10월 기준 최저치 10월 TOP3 배급사, 매출액 점유율 75%
지난 10월부터 할리우드 대작들이 포문을 열면서 극장가에도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11월부턴 위드코로나 관련 정책 시행으로 영화산업계 역시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한국 영화들이 아직 기지개를 켜지 못하는 것은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10월 영화산업 결산에서 이런 모습이 두드러진다.
팬데믹으로 개봉이 연기됐던 영화 ‘007 노 타임 투 다이’,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 ‘듄’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지난 9월 말부터 1~2주 간격을 두고 연달아 개봉했다. 여기에 개천절과 한글날 대체 휴일이 적용되면서 10월 전체 매출액과 관객 수가 전년 동월과 비교해 증가했다.
영화진흥위원회(KOFIC) 통계에 따르면, 10월 전체 매출액은 508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22.4%(93억원) 늘었고, 전체 관객 수는 519만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2.0%(56만명) 증가했다.
‘007 노 타임 투 다이’,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 ‘듄’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3편 개봉에 이어 11월 3일엔 배우 마동석 할리우드 진출작 ‘이터널스’까지 개봉하면서 상대적으로 한국영화 공백이 컸다.
10월에 500개 관 이상으로 개봉한 한국영화는 없었다. 이는 수익으로 직결돼, 10월 한국영화 매출액은 75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76.7%(249억원) 감소했고, 한국영화 관객 수는 83만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76.6%(273만명) 줄었다.
특히 10월 한국영화 매출액과 관객 수 모두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이 가동을 시작한 2004년 이후 10월 기준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10월 외국영화 매출액은 433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374.2%(342억 원) 증가했다. 외국영화 관객 수도 436만 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306.4%(329만명) 늘었다.
편차가 큰 이유는 해당 시기 영화 개봉 여부에 따른 것이다. ‘원더우먼 1984’ 개봉이 연기되는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공급에 차질이 빚어졌던 지난해 10월과 달리, 올해 10월에는 그간 개봉이 연기됐던 외국영화들이 연달아 개봉하면서 외국영화 매출액과 관객 수가 전년 동월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번 10월 코로나19 국내 발생 신규 확진자 수가 지난해 10월과 비교해 24배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영화 매출액과 관객 수는 크게 늘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10월 전체 흥행 1위 영화는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다.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는 매출 196억원, 관객 수 197만명으로 10월 흥행 왕좌를 차지했다. ‘007 노 타임 투 다이’는 매출 104억원, 관객 수 104만명으로 전체 흥행 2위에 올랐다. 이어 ‘듄’이 매출 81억원, 관객 수 76만명으로 3위였다.
한국영화로는 앞서 추석 연휴에 맞춰 개봉했던 ‘보이스’와 ‘기적’ 두 편이 10월 흥행 순위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보이스’는 매출 38억원, 관객 수 38만명으로 10월 전체 흥행 4위에 자리했고, 10월까지 누적 매출 139억원, 누적 관객 수 141만명을 기록했다. 매출 19억원, 관객 수 21만명으로 5위에 오른 ‘기적’은 10월까지 누적 매출 65억원, 누적 관객 수 69만명이다.
이에 따라 소니픽쳐스엔터테인먼트코리아주식회사극장배급지점(이하 소니픽쳐스)이 매출액 196억원, 매출액 점유율 38.5%로 10월 전체 배급사 순위 1위를 차지했다. 소니픽쳐스가 배급한 영화 2편 중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가 매출액을 사실상 전부 견인한 것으로 집계됐다.
2위는 ‘007 노 타임 투 다이’를 포함해 8편의 영화를 배급한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 코리아(유)로, 매출액 105억원, 매출액 점유율 20.7%를 기록했다. 이 중 ‘007 노 타임 투 다이’ 매출이 104억원이다. ‘듄’ 등 2편을 배급한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는 매출액 81억원, 매출액 점유율 15.9%로 3위였다. 4위는 매출액 44억원, 매출액 점유율 8.6%의 ㈜씨제이이엔엠, 5위는 매출액 22억원, 매출액 점유율 4.4%의 롯데컬처웍스(주)롯데엔터테인먼트였다.
전체 배급사 순위 상위 3개 직배사 매출액 점유율 합계가 전체 4분의3(75.1%)을 차지한 점도 눈에 띈다.
한편, 제74회 칸국제영화제 감독상 수상작인 ‘아네트’가 매출 1억 7438만원, 관객 수 2만 74명으로 10월 독립·예술영화 흥행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군대 의문사를 소재로 한 스릴러 ‘수색자’로, 매출 1억 4090만원, 관객 수 2만 586명이었고, 3위 ‘쁘띠 마망’은 매출 1억 2243만원, 관객 수 1만 3275명을 기록했다. 매출 8321만원, 관객 수 1만 16명을 모은 다큐멘터리 ‘타다: 대한민국 스타트업의 초상’이 5위였다.
2018년 ‘미쓰백’, 2019년 ‘82년생 김지영’, 2020년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등 여성 서사가 10월 비수기에 강세를 보였는데, 올해는 독립·예술영화 ‘십개월의 미래’가 비수기 한국 여성 영화 흐름을 이어갔다. 모성과 출산을 사회적 통념이 아닌 여성 주체의 시선으로 풀어낸 ‘십개월의 미래’는 매출 8804만원, 관객 수 1만2184명으로 10월 독립·예술영화 흥행 4위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