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까지 상륙···분통터진 토종 OTT “시장 다 내줄거냐”
OTT 진흥 방안 1년 6개월째 지지부진 “지원정책 요원한데 규제만···발목 잡는다”
넷플릭스에 이어 디즈니플러스(이하 디즈니+)까지 한국에 상륙한다. 그간 국내 방송 콘텐츠 다시보기는 물론 최근 들어 자체 콘텐츠 개발 등으로 자생력 기반을 다지던 토종 OTT들은 지지부진한 관련 정책 논의 및 미약한 지원 정책 등을 거론하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세계 최대 IP(지식재산권) 보유 OTT로 알려진 디즈니+가 12일 한국에 론칭한다. 디즈니+는 디즈니, 픽사, 마블, 스타워즈, 내셔널지오그래픽 뿐만 아니라 ‘심슨 가족’ 시리즈를 포함한 다양한 영화 및 TV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스트리밍 서비스다. 일부 국가에서는 일반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위한 스타(STAR) 브랜드도 포함된다.
다양한 오리지널 작품, 장편 영화, 다큐멘터리, 실사 및 애니메이션 시리즈, 숏폼 콘텐츠를 광고 없이 제공하는 디즈니+는 오랜 기간 사랑받은 디즈니 영화, TV 프로그램은 물론 월트디즈니 스튜디오 최신작까지 폭넓은 콘텐츠 라이브러리를 보유하고 있다. 때문에 해외 론칭보다 늦어지는 국내 론칭 시기에 불만을 나타내는 마니아들도 많았다.
이처럼 정식 서비스 전부터 이미 엄청난 기대감을 형성한 디즈니+ 국내 론칭에 무조건 반가워할 수만은 없는 이들이 있다. 웨이브, 티빙, 왓챠로 대표되는 한국 OTT다. 이들은 OTT협의회를 통해 한 목소리로 한국 OTT 진흥을 위한 관련 법안의 지속적인 논의 등을 요구하고 있다.
OTT 서비스 경쟁은 사업자들의 몫이다. 그러나 한국 OTT 사업자들은 “한국 OTT가 제대로 성장해 해외로 진출하고 국내 콘텐츠 산업에 지속 기여하도록 하려면 당장의 기본적인 지원 정책이 절실하다”고 호소한다.
국회 및 정부도 이에 대한 인식을 함께 했다. 지난해 정부는 국내 미디어 경쟁력 강화를 위해 관계부처 합동으로 ‘디지털미디어생태계발전방안(이하 디미생)’을 마련했다. 이를 통해 OTT 분야에 대한 최소규제 원칙과 제도적 걸림돌 제거, 산업 진흥을 약속했다. 당시 한국 OTT 사업자들은 이같은 정부계획에 공감을 표하며 기대를 가졌다.
문제는 해당 정책이 전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1년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디미생 관련 정책들은 대부분 시작도 못하거나 지연되고 있다. 한국 OTT 업계는 “지원정책은 요원한데 오히려 유료방송 수준 규제 및 각종 기금 징수논의 등 갈 길 바쁜 한국 OTT 사업자의 발목을 잡으려는 모습이 답답하다”고 질타한다.
웨이브, 티빙, 왓챠 등 한국 OTT협의회는 우선 OTT 지원 근거 마련을 위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통과가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국회 과방위 법안심사소위에 계류 중인 전기통신사업법 개정법률안은 OTT에 ‘특수 유형 부가통신사업자’ 지위를 부여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OTT협의회에 따르면 이 법안 통과로 OTT 콘텐츠 투자에 대한 세제지원 등 디미생의 OTT진흥정책을 위한 근거를 마련할 수 있다. OTT협의회는 “차일피일 미루다 글로벌 OTT에 국내 미디어산업을 모두 내준 후 처리한다면 말 그대로 사후약방문 꼴이 될 뿐”이라며 신속한 법안 처리를 요구했다.
OTT자율등급제 도입도 OTT협의회 요구사항 중 하나다. 디미생 주요 정책 중 하나는 OTT 콘텐츠 투자 활성화를 위해 영상물 사전심의 제도를 자율등급제로 전환하는 것인데, OTT가 콘텐츠 투자를 해도 영상물 등급 심의 기간이 길어 제때 이용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는 고충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현재 문체부가 입법예고한 영화 및 비디오에 대한 개정법률안은 OTT 서비스를 ‘온라인비디오물제공업’으로 지정하는 것을 전제로 자율등급제를 도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관련 부처 동의를 얻지 못하고 있다.
OTT협의회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통한 사업자 정의 방안이 있음에도 별도 지위를 신설하려는 것은 부처간 OTT 관할권 다툼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관련 입법안 마련 및 해당 법안의 통과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또 OTT협의회는 국내외 사업자 간 역차별 해소를 위한 공정경쟁 환경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특히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망 이용료를 둘러싼 갈등을 “국내외 사업자 간 역차별”이라면서 “기본 사업모델은 물론, 콘텐츠 투자 재원 확보에까지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불공정 경쟁환경을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OTT협의회는 “국내에서 막대한 수익을 내면서도 이를 해외 매출로 돌려 제대로 납세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글로벌 미디어에 대한 강한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병행했다.
OTT협의회는 “정부와 국회가 정확한 현실 인식과 조속한 지원정책 이행으로 국내 미디어 산업 성장동력을 지켜달라”고 요청했다.
OTT는 단순히 온라인 서비스 영역이 아닌, 방송, 영화, 콘텐츠 제작시장 등 미디어 산업 전반에 영향을 주고 있다. 때문에 한국 OTT 플랫폼의 유의미한 성장은 곧 국내 미디어 산업의 균형 발전과도 연결된다. 이에 국내 OTT들도 대규모 콘텐츠 투자를 통해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다. 당장 글로벌 서비스에 비해 규모적으로는 열세지만,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어 해외진출 등 성과로 이어지면 국내 미디어 산업 생태계를 지키는데 기여할 것이라 평가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