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장 vs 직원 내부통제 책임 운명의 날···가이드라인 나온다

은행연합회 표준내부통제기준 개정 착수 징계 대상에 CEO 빠지고 직원 포함 전망 전문가들 "법 근거 부족한 자율규제 우려"

2021-11-11     이상헌 기자
고승범 금융위원장(오른쪽 다섯 번째)이 28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위·은행업계 간담회에 참석, 시중 은행장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공동취재단

#사모펀드 한 피해자 "은행과 증권사들이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하기만 하고 준수를 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인가. 라임·옵티머스 사태는 은행장에게도 책임을 묻는 제도적 장치가 없어서 터진 것이다."

#금융지주사 임원 "금융사 지배구조법은 내부통제 장치 마련을 의무한 것으로 준수까지 강제하는 것은 월권이다. 각 금융사가 '법정사항'을 포함해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했다면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봐야 한다."

금융사 대표이사에 대한 내부통제 책임 부과 없이는 금융소비자 보호가 어렵다는 피해자 측과 대표이사에 대한 징계는 법적 근거도 명분도 없다는 주장이 대립하는 가운데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와 관련해 은행장과 임직원들의 운명도 엇갈리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내일 규제심의위원회를 열어 '표준내부통제기준 개정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이 가운데 내부통제 실패에 따른 징계 대상에 은행장 등 대표이사는 빠지고 임직원만 포함되면서 "하급자의 준수의무만 강조한 보여주기식 가이드라인 아니냐"는 볼멘 목소리가 나온다.

또 해당 기준은 은행연합회 회원사인 금융지주에 적용되는 만큼 금융투자협회,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여신금융협회, 저축은행중앙회 등 단체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어서 법적근거가 부족한 자율규제 강화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은행연합회 내부통제 모범규준(안)

제27조(임직원등의 법령, 규정 위반에 대한 조치) 
① 은행은 금융소비자보호 업무와 관련하여, 해당 임직원등이 관련 법령 및 내부통제기준을 위반하였다고 판단하는 경우, 위반의 정도 및 규모 등을 감안하여 관련 부서 및 임직원에 대한 조치 방안을 마련하고, 관련 부서에 검사를 의뢰하거나 징계 등 필요한 인사 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 이 경우 해당 부서의 장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러한 요구에 응하여야 한다.
② 은행은 중대한 위법·부당행위의 발견 등 필요한 경우 감사위원회 또는 상임감사위원에게 보고할 수 있다.


은행장 '준수의무' 부여 개정안 발의
법조계 "주의의무 이행 관점서 봐야"

은행장 등 대표이사에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을 넘어 준수의무를 부여할 수 있느냐가 핵심 쟁점으로 기업법 전문가 대다수가 이를 반대하고 있지만, 국회엔 여러건의 개정안이 올라와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금융사에 대한 과징금과 임원에 대한 제재조치를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도 임원에 대한 과태료 부과를 명시했다. 

반면 이날 금융투자협회가 주관한 세미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무리한 법개정보단 '주의의무 이행'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특히 금융사가 '법정사항'에 따라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했다면 '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송옥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표이사가 불완전판매 관련 주의의무를 이행하였는가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면서 "손태승 우리은행장에 대한 1심 판결을 변경하기 위한 것이라면 찬성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희중 율촌 변호사는 금융사 지배구조법 시행령 19조가 대표이사를 내부통제위원회 위원장으로 정한 것과 관련 "위원회의 역할은 임직원의 업무과정에서 발생하는 위반을 방지하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사 지배구조법 제24조

금융회사는 법령을 준수하고, 경영을 건전하게 하며, 주주 및 이해관계자 등을 보호하기 위하여 금융회사의 임직원이 직무를 수행할 때 준수하여야 할 기준 및 절차(이하 “내부통제기준”이라 한다)를 마련하여야 한다.

② 제1항에도 불구하고 금융지주회사가 금융회사인 자회사등의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하는 경우 그 자회사등은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하지 아니할 수 있다.

③ 내부통제기준에서 정하여야 할 세부적인 사항과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한편 규제심의위원회 전망과 관련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뭔가 변화가 생길수도 있지만 단정하기 어렵다"며 "큰틀에서는 원안이 유지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은행연합회 규제심의위원은 최재만 SC제일은행 부행장보를 의장으로 주소현 이화여대 교수, 정상혁 신한은행 부행장, 김우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서윤성 대륙아주 변호사, 김홍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창옥 은행연합회 본부장 등 7명으로 구성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