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 대란에 화물 운전자 울분 "폭리 부담 왜 우리가?"

정부 규제 법안은 거래량만 줄일 뿐 소량이나 개인 간 거래 단속 어려워 그나마 요소수 보충하느라 휴식 못해

2021-11-10     최수빈 인턴기자
요소수 품귀 현상이 지속되자 요소수 및 요소 등에 대한 매점매석 행위 금지 고시가 시행됐다./픽사베이

지속되는 요소수 품귀 현상에 화물차 운전기사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화물차 운전기사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귀잡트TV’는 9일 ‘화물기사들 돈은 우습게 보입니까’라는 제목의 영상을 업로드했다. 채널 운영자는 영상을 통해 요소수 품귀 현상에 화물기사가 겪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영상에서 채널 운영자는 “요소수 주유가 가능한 휴게소에 가면, 차량이 적게는 30대에서 많게는 60대까지 줄을 서고 있다. 요소수 주유까지 3시간 걸린다”며 “우리는 1시간, 2시간이라도 쉬어야 할 시간이 소중한 사람들인데 대기 줄에서 차가 빠지면 당겨야 하니 그 시간에 쉴 수도 없다"고 말했다. 

‘유로6’로 인해 2015년 이후 출시된 경유차는 요소수가 없으면 운행이 불가능하다. 화물차량 졸음운전에 따른 사고 발생 및 높은 치명률에도 불구하고 요소수 주유 대란에 화물차 운전기사들은 휴식을 취하기 쉽지 않다. 

유튜브 '귀잡트TV' 채널

이 외에도 채널 운영자는 “일부 주유소에서 무조건 기름을 넣어야 요소수를 공급해준다”며 “요소수 값 상승이 우리 탓이 아닌데, 치솟은 요소수 가격 부담은 우리가 고스란히 져야한다. 정부는 요소수 가격부터 서둘러 조정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화물차 운전기사들의 절박한 상황을 이용해 폭리를 취하려는 판매자들이 생기면서 화물차 기사들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어야지만 요소수를 넣어준다’와 같은 글이 올라오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도 불구하고 요소수의 가격 조정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가 8일부터 요소수 및 요소 등에 대한 매점매석 행위 금지 고시를 시행했지만 이는 거래량을 제한하는 것에 불과하다. 또한 소량으로 이뤄지는 개인 간 거래는 단속 대상에서 제외되다 보니 온라인 중고장터 폭리판매 규제에 실효성이 없다. 

이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는 8일 보도자료를 통해 “요소수 가격 급등이 화물노동자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며 “유가와 요소수 비용 등 화물 운송에 필수적인 비용이 급등했음에도 불구하고 화물노동자가 받는 운임은 인상 없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고 전했다. 

과도한 금액을 결제하고 요소수를 주유해야하는 피해자들의 대부분은 영세 화물차 운전자다. 화물노동자는 특수고용 노동자로 분류돼 정해진 월급을 받지 않으며 차량과 운송비용 등을 각자 부담해야 한다. 

정부는 뒤늦게 수입 품목에 대한 공급망 점검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7일 제2차 대외경제안보 전략회의를 통해 특정국 생산의존 비중이 높은 품목을 조사 선정해 대응방안을 마련할 계획임을 밝혔다.

그러나 요소수 대란의 근본 원인인 수급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 한 상황은 쉽게 호전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