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 망쳐놓고 8천원?” KT 보상안에 분노한 자영업자들
요식업 점심시간 타격 “카드결제 불가, 배달앱 먹통” 주유소·편의점 등도 피해···“현실성 없는 보상” KT “약관 넘어선 보상···전담센터 통해 종합적 판단”
KT가 전국적 네트워크 장애에 대한 보상안을 발표했으나, 고객 반응은 여전히 냉랭하다. 소상공인 사이에선 “차라리 보상을 말아라”는 분노 섞인 질책도 나온다.
KT(대표 구현모)는 11월 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KT 사옥에서 지난 10월 25일 발생한 유·무선 인터넷 장애 관련 피해 보상안 및 재발방지대책을 발표했다.
KT는 보상안을 통해 개인 및 기업 고객에겐 15시간 장애에 달하는 보상기준을 적용해 보상키로 했다. KT에 따르면 이는 네트워크 장애 발생 시간 89분의 약 10배 수준이다. 소상공인 고객에겐 해당 서비스 요금을 10일 기준으로 보상하는, 더 적극적인 보상안을 마련했다.
박현진 KT 전무(네트워크혁신TF장)는 이날 소상공인 가입자에 대한 예상 보상액과 산정 기준을 묻는 질문에 “소상공인 인터넷 상품 요금이 2만 5000원 전후라는 것을 감안하면 인당 7000~8000원이 평균 보상액이 될 것”이라며 “과거 피해 보상 사례와 나름의 글로벌 사례를 참고했다”고 산정 기준을 밝혔다. 소상공인의 불편함이 많았다는 점을 고려, 10일치를 보상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보상을 받게 되는 소상공인 측 입장은 환영하지 않는 분위기다. 특히 요식업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사이에선 “점심 장사 망쳐놓고 인터넷 요금 8000원 깎아준다는 게 말이 되냐”는 분위기다.
11월 1일 서울 구로구서 분식점을 운영하는 A씨는 KT 네트워크 장애로 낭패를 봤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A씨 주장에 따르면 하필 점심시간 네트워크 장애가 발생해 카드 단말기·POS(판매시점 정보관리 시스템) 통신이 불가해 고객들 결제가 원활하지 않았다.
A씨는 “하루 매출 전체가 점심 시간에 나오다시피 할 정도로 의존도가 높은데, 사실상 공쳤다(장사를 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누가 요즘 현금을 들고 다니나, 라면 한 그릇을 먹더라도 카드로 결제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카드 단말이 안되니 부득이하게 현금이나 계좌 이체를 요구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손님들도 KT 사용하는 분들은 카카오페이도, 은행 앱도 역시 먹통이 돼 계좌 이체가 안됐다”며 “일부 손님은 ‘지금 가진 현금이 없으니 퇴근할 때 주겠다’고 했지만 아직도 안 준 손님들도 있다. 이렇게 못 받은 음식값만 7만원 가까이 된다”고 한탄했다.
근처에서 중식당을 운영하는 B씨 역시 KT 네트워크 장애 얘기를 꺼내자마자 목소리를 높였다. 배달앱 통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손해를 봤다는 것이다.
B씨는 “어느 요식업이나 점심 장사는 중요한데, 특히 중식은 배달 장사가 대부분 아니냐”며 “배달앱으로 주문했는데 전화도 안 받는다면서 항의차 찾아온 손님 때문에 통신장애인걸 알고 부랴부랴 확인했고, 다른 통신사 테더링으로 임시방편 조치했다”면서 “주문 취소 등으로 몇 만원 손해 본 것도 억울한데, KT에서 내놓은 보상안은 화가 나는 걸 넘어 허탈하다”고 KT 측 대응을 비판했다.
순대국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C씨는 네트워크 장애가 발생한 당일 점심시간에 코로나19 백신 접종 인증 시스템이 불통이어서 당황했다고 말했다. C씨는 그래도 주변 상인들보다 네트워크 장애 사실을 빨리 인지한 편이었다.
C씨는 “KT 통신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서 가게 앞에 ‘KT 통신망 장애로 카드 결제가 안 된다. 현금을 준비하거나 계좌이체 해달라’고 써붙였지만, 손님들이 안 왔다. 현금을 들고 다니지 않아서 그러는 것 같다”며 “이후 근처 회사에서 손님들이 왔는데, 이번엔 코로나 백신 인증 시스템이 먹통이라 난감했다. 카드 결제가 안 될 것은 예상했는데, 인증 시스템 먹통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어서 허둥지둥했다. 손님들을 돌려보내진 않았지만 괜히 장사하면서 불안했다”고 밝혔다.
C씨는 “너무 화가 나 KT 이용을 해지하려 했지만, 위약금 얘기 먼저 꺼내는 상담원이 원망스러웠다. 본인들(KT) 과실이면 확실하게 책임져 주거나, 서비스에 실망한 고객들을 이해하고 용서를 구하는게 먼저 아니냐”고 질타했다.
요식업 자영업자 외에도 불편 사례는 여지없이 발생했다. 주유소를 운영하는 D씨 역시 카드 결제가 되지 않아 손님들로부터 항의를 받았다고 밝혔다.
D씨는 “주유 고객 거의 100%가 카드 결제를 하는데, 결제가 안 되니 낭패도 이런 낭패가 없다. 처음엔 고객 카드 문제인 줄 알고 다른 카드로 해봤지만, 여전히 결제가 되지 않았다. 결제가 늦어지니 뒤에 주유를 대기하는 차들도 밀리고, 결제가 안 되는 고객은 고객대로 잔뜩 짜증을 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D씨는 예비용으로 마련한 다른 회선으로 연결해서야 사태를 수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한바탕 소동이 일어난 뒤였다. D씨는 “다들 요식업 점심 장사에만 초점을 맞추는데, 우리같은 주유소나, 편의점 등 카드 결제 고객이 주가 되는 곳의 피해도 막심하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D씨는 KT 측의 보상안에 대해 묻자마자 인상을 찌푸렸다. D씨는 “말이 좋아 10배, 10일치 보상이지 현금 환산해봐야 8000원 깎아준다고 한다. 그거 안 받고 말겠다”며 “소상공인용 상품 외에도 개인적으로 집에서도 휴대전화, 인터넷, IPTV까지 결합상품으로 KT를 사용하고 있다. 아마 다 보상 받아봐야 1만원 조금 넘는 할인일 것”이라고 했다. 이어 “솔직히 요즘 약정만 끝났다면 다른 통신사 이동시 상품권, 현금, 경품 등으로 수십만원씩 주는데, 그게 훨씬 이득 아닌가. (KT 측이 제시한 보상안은)현실성 없는 보상안 아니냐”고 되물었다.
소상공인 기대치보다 낮은 보상액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KT 측도 할 말은 있다.
박현진 KT 전무는 “피해규모 정도 등에 대해 특정할 수 없는 어려운 상황이다. 우선 일괄보상에 대해 안내한 것이고, 추가적으로 전담콜센터를 통해 적절한 보상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면서도 “기존 약관에 보상기준 부분들은 개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보상안은 약관과 관계 없이 마련된 것”이라고 현 약관상 보상기준을 강조했다. 구현모 KT 대표 역시 현 약관 문제점을 인식하고, 약관상 보상기준을 넘는 보상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박 전무는 또한 “이용자 불만 분석을 끝낸 결과, 여러가지 유형을 파악했다. 그러나 개별 사례의 경우 바로 검증할 수도 없고 형평성 이슈도 있으며, 검증과정에서 불편을 드리는 것이 있기에 일괄보상안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담콜센터를 통해 이용자 불편 등을 계속 청취해 종합적으로 판단하겠다”며 보상 개선 여지를 남겼다.
KT는 빠르면 이번주 열리는 전용 홈페이지를 통해 피해 사례 등 개별 확인 후 보상금액을 구체화할 수 있는 부분을 마련할 예정이다. KT는 예상 피해보상액을 350억~400억원 규모로 내부 추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