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우의 현장] 핼러윈데이에 펍 "경찰 지나간다, 잠시 음악 줄이자"···경찰 "이 정도면 훌륭한 방역 아니냐"
31일 자정 이태원·홍대 상황은 '아수라장' 방역수칙 불이행 단속, 경찰 "해산 명령뿐" 강경 대응 어려움에 시민은 자유롭지만···
31일 위드코로나 방역체계 전환 하루 전 핼러윈데이 당일, 자정이 넘은 시각 이태원은 핼러윈데이를 즐기러 나온 인파로 가득찼다. 경찰과 용산구청이 합동 단속을 나왔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하지만 현장 단속을 나온 경찰은 "(방역대책) 이 정도면 훌륭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인파는 발 디딜 틈이 없었지만, 현장에서 경찰이 할 수 있는 단속이란 오로지 '해산명령'뿐이었다. 마스크 미착용자 등 방역수칙을 어기는 경우가 적지 않았지만, 법적인 단속은 할 수 없었다. 거리순찰 중이던 경찰은 팩트경제신문 인터뷰에서 "시민들이 범죄자는 아니지 않냐"면서 "벌금을 물리거나 할 수 있는 권한도 없다"고 답했다.
팩트경제신문은 관할 경찰서를 찾아가 상황 브리핑을 요청했지만, 당시 현장에 몰려든 인파로 인해 발생한 사고 신고 건수만 해도 120건 정도라며 인터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경찰서 관계자는 "현재 이태원 관할 경찰 병력이 총출동한 상태"라고 짧게 전했다.
현행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상, 실외라도 2m 이내에서 사람과 접촉이 있는 상황이라면,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하지만 이날 경찰 인력이 거리 곳곳에 배치되어 있었음에도 2m 거리두기 불이행·마스크미착용 등 방역 대책 위반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팩트경제신문과 통화에서 "할 수 있는 건 해산 명령뿐"이라며 "음식점 등의 영업소는 방역대책 위반 시 벌금을 부과하는 등의 조치가 가능하지만, 길거리에서는 어렵다"고 말했다.
핼러윈데이 특별 방역 점검 대책은 사실상 무용지물이었다. 이태원뿐만아니라 홍대입구도 마찬가지였다. 클럽 등 유흥주점으로 등록된 업소는 문을 닫았지만, 일반음식점으로 분류된 펍 등에선 클럽과 흡사한 광경이 연출됐다.
팩트경제신문이 홍대에 위치한 펍을 방문했는데, 상황은 심각했다. 음악과 함께 인파가 뒤엉켜 춤을 췄고, 온도체크와 출입자명단 작성 등 기본 방역 관리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외부에 경찰 인력이 지나가자 펍 관계자는 "밖에 경찰이 지나가고 있으니 잠시 조용히 해달라"며 음악까지 멈추고 임시방편 대응까지 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야외 상황도 이태원과 다를 바 없었다. 경찰 인력 10명가량이 팀을 이루어 거리 순찰을 다녔지만, 호루라기를 불며 해산명령만 할 뿐 별다른 대책은 하지 않았다. 현장 경찰 관계자는 "해산명령이 우선"이라며 "상황이 심각해지면 강경 대응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찰이 직접 강하게 단속하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팩트경제신문이 촬영한 이태원, 홍대의 방역 상황./ 기자 개인 유튜브 업로드
지난 29일, 용산구청 등 관계자는 핼로윈데이 당일 31일까지 특별 방역점검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서울 이태원·홍대 지역에서 '마스크 착용 여부' 등의 방역수칙 이행 여부를 강하게 점검한다고 했다.
하지만, 팩트경제신문이 핼러윈데이 당일 취재한 방역 상황을 보면, 당장 내일(1일)부터 진행될 '위드코로나' 전환에 큰 문제점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어 보인다. 보건당국의 발표에 따르면, 30일 기준 국내 일별 코로나19 확진자는 2104명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백신 접종률도 70%가 넘었지만, 좀처럼 감염병 확산이 줄어들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