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춘의 바둑이야기] 2021-2022 KB국민은행 바둑리그 이야기

한국기원 주최 남녀통합 단체리그···총규모 37억·우승 2억 '유후' 가세 9개팀···11월 18일부터 내년 3월까지 정규리그 셀트리온·포스코케미칼 양강 구도에 의정부팀 등 다크호스

2021-10-31     유경춘 바둑평론가
선수 선발식을 마친 각 팀 감독들이 한 자리에 모여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기원

국내 바둑대회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2021-2022 KB국민은행 바둑리그가 선수 선발식을 마치고 본격적인 개막 카운트다운에 돌입했다.

2004년 시작된 바둑리그는 한국기원에서 주최하는 남녀 통합 단체리그다. 총 규모는 37억원(KB바둑리그 34억, KB퓨처스리그 3억)이며 올해 우승상금은 2억원, 준우승은 1억원. 또 3위 5000만원, 4위 2500만원, 5위에게는 1500만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바둑을 모르는 사람이라도 한번쯤은 들어봤을 삼성화재배와 LG배의 우승상금이 3억원이지만 그것은 세계바둑대회이고, 국내 기전 중에서는 단체전인 바둑리그의 상금 규모가 가장 크다. 또 상금과 별도로 매 대국마다 대국료가 지급되는데 승자에겐 300만원, 패자에게도 60만원의 대국료가 책정돼 있다.

8개 팀이 참가한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신생팀 ‘유후’가 가세해 총 9개 팀이 열전을 벌이게 됐다.

 

각 팀 선수선발 현황. /사진제공=한국기원

셀트리온·포스코케미칼 양강 구도

10월 18일 열린 선수선발식 결과 디펜딩 챔피언 셀트리온과 바둑메카 의정부는 지난 시즌 활약했던 주전 선수 5명 전부를 보호지명 했다. 셀트리온은 신진서·원성진·강승민·조한승 선수와 퓨처스리거인 금지우 선수, 바둑메카 의정부는 김지석·설현준·이원영·박상진·문민종 선수가 2년 연속 같은 팀에서 뛰게 됐다.

우승후보 중 하나인 포스코케미칼은 1지명 변상일을 비롯해 최철한·이창석·박건호 선수를 보호지명으로 지켰고 정관장 천녹은 이동훈·김명훈 선수를, 수려한합천은 1지명 박정환 선수를 보호지명 했다.

또 지난해를 끝으로 3년 보호연한이 끝난 한국물가정보와 보호지명을 포기한 킥스, 컴투스타이젬, 신생팀 유후는 선수선발식을 통해 새롭게 팀을 구성했다.

보호지명된 전년도 1지명 신진서, 박정환, 변상일, 김지석, 이동훈을 제외하고 시작된 드래프트 순번 추첨에서 1번을 뽑은 킥스가 신민준 9단을 1지명으로 호명했다. 이어 한국물가정보가 강동윤 9단, 유후가 안성준 9단을 지명했고 마지막 순번을 뽑은 컴투스타이젬은 박하민 8단을 1지명으로 지명했다.

선수 선발식을 지켜본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셀트리온과 포스코케미칼을 우승을 다툴 양강으로 꼽는다. 지난해 우승팀 셀트리온은 랭킹1위 신진서가 여전히 팀을 이끌고 있으며 작년 14전 전승의 신화를 썼던 원성진도 그대로다. 조한승이 4지명이니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을 정도다. 백대현 감독은 “목표는 당연히 2연패다. 선수들을 믿는다”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지난해 3위에 머문 포스코케미칼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셀트리온 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1지명 변상일은 신진서에 필적할 정도로 더 강해졌고 3지명 이창석과 4지명 박건호는 하루가 다르게 기량이 급성장하고 있는 기사들이다. 유일한 새 멤버 박승화도 안정감이 돋보여서 전력보강도 잘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상훈 감독은 “좋은 선수들을 다수 보유할 수 있어 행복하다”며 만족을 표했다.

한 바둑 전문가는 “대체적으로 다수의 기사를 보호지명한 팀들의 전력이 돋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바둑메카 의정부 팀도 상위권으로 꼽을만하다. 설현준, 박상진, 문민종 등 어린 기사들이 폭발할 때도 됐다. 김지석, 이원영 등 관록 있는 기사들과 제대로 콜라보를 이룬다면 우승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내다봤다. 그는 또 “그밖에 박정환, 박영훈, 나현이 1~3장을 이루고 있는 수려한 합천과 강동윤, 이영구, 김정현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한국물가정보도 다크호스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전망했다. 

 

한국기원 2층대회장에서 열린 바둑리그 선수 선발식 전경. /사진제공=한국기원 

팀 간 전력 불균형 해소 실패, 시청자 고려치 않은 것은 아쉬워 

2021-2022 KB국민은행 바둑리그는 9개 팀이 참가해 정규시즌 18라운드를 마친 후 와일드카드결정전(최대 2경기)→준플레이오프(3번기)→플레이오프(3번기)→챔피언결정전(5번기) 단계의 포스트시즌으로 우승 경쟁을 벌인다. 

한편 시즌은 전 대국의 제한시간을 1시간으로 통일했다. 한국기원은 지난 시즌에는 장고A(2시간) 장고B(1시간), 속기(10분) 경기로 세분화됐지만, 국제대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이번 시즌부터 제한시간을 1시간으로 통일했다고 밝혔다.

또 매 경기 다섯 판인 대국을 저녁 7시에 일제히 시작하는 등 변경된 점이 많다. 포스트시즌에 플레이인 토너먼트 제도를 신설한 것도 크게 달라진 사항이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다. 보호지명으로 선수 5명을 3년 간 묶을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전년도 성적이 좋았던 팀은 보호지명을 많이 가져갔는데 이로 인해 팀 간 전력의 불균형 해소는 올해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는 신생팀 창단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또 국제대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제한시간을 1시간으로 통일했다고는 하나 이는 지켜보는 시청자들의 입장은 생각하지 않은 처사라는 비판도 있다. 시청하는데 지루할 수 있다는 것. 각자 제한시간 1시간은 생각보다 긴 시간이다. 

총 18라운드, 72경기 360국에 이르는 2021-2022 KB국민은행 바둑리그 개막전은 11월 18일 정관장 천녹 대 수려한 합천의 대결로 막이 오른다. 내년 3월까지 정규리그를 치르고 4월부터 플레이 인 토너먼트와 포스트시즌이 이어진다.

유경춘 바둑평론가

대학졸업 후 첫 직장인 주간바둑신문 입사 이후 줄곧 바둑계에서 바둑전문기자로 활동해왔다. 월간 바둑세계 편집장, 넷마블바둑 컨텐츠팀장 등을 거쳐 현재는 (사)대한바둑협회 홍보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