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산자위] 연구비로 빚 갚는다?···기정원, 이렇게 쓴 돈 126억

시험성적서 위조·페이퍼 컴퍼니 창립 돈 챙겨 29억 환수 못했는데···회사 문 닫아버리기도

2021-10-07     강민정 기자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기정원)에서 연구비 일부를 사적인 용도로 사용하거나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사업비를 돌려받는 등 부정행위를 저지른 사실이 확인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소속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이 기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올해 7월까지 기정원에서 연구비를 부정 사용한 사례가 150건 적발됐다. 사진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중소벤처기업부 국정감사 현장. /연합뉴스=국회사진기자단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기정원)에서 연구비 일부를 사적인 용도로 사용하거나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사업비를 돌려받는 등 부정행위를 저지른 사실이 확인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소속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이 기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올해 7월까지 기정원에서 연구비를 부정 사용한 사례가 150건 적발됐다. 관련 업체는 중소기업과 대학, 연구기관을 포함한 113곳에 육박한다.

이들은 연구비 일부를 채무 변제 등 연구개발과 무관한 개인적 용도로 사용하거나, 시험성적서 위조 또는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사업비를 돌려받는 등 부정행위로 연구비를 부풀려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기정원은 이같은 부정사용 사례 적발로 126억원 상당을 환수하기로 결정했지만, 이중 약 29억원을 돌려받지 못한 상태다.  

그러나 적발된 업체 가운데 일부가 영업장 폐쇄 혹은 회사 경영 악화로 환수 의무에서 면제되거나 법적 소송 절차를 진행하고 있어 환수금 일부를 추가 환수하는 데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례로 자동화 시스템 개발업체 A사는 연구비를 부풀려 받은 혐의가 드러나 기정원에 약 8억원의 환수금을 지급해야 한다. 그러나 A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거부 소송을 실시하면서 3년째 환수가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데이터보호솔루션 업체 B사는 참여연구원의 인건비를 유용한 혐의로 3억원의 환수금을 내야 하지만 기업이 파산하면서 이를 일절 지불하지 않은 상태다.

7일 기정원 관계자에 따르면 부정 사용 적발로 인한 환수금이 발생하면 납부 이행을 위해 매년 독촉, 최고 통지 등의 절차를 거친다. 

관계자는 팩트경제신문과 통화에서 "그럼에도 환수가 되지 않을 경우 예금 계좌에 대한 강제 징수를 도입하고 있다"며 "확정된 것은 아니나 향후 예금 자산 뿐만 아니라 부동산 등 (강제 징수) 대상을 확대해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업이 폐업한다 해도 (기정원) 규정상 폐업 이후에도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납부 여력이 발생하는지 추적하고 있다"며 "폐업한다고 해서 환수금을 면제하는 게 아니라 기업의 신용 상태 등을 확인해 납부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소속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이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기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적발된 부정 사용 건수는 23건으로, 지난해(15건) 대비 53.3%가량 늘어났다. 사진은 2016년부터 올해 7월까지 최근 5년간 기정원 부정사용 적발 현황을 적은 표.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실 제공

이 가운데 올해 부정 사용 적발 사례의 경우 지난해 대비 급증한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올해 7월까지 적발된 부정 사용 건수는 23건으로, 지난해(15건) 대비 53.3%가량 늘어났다.

이와 별개로 연구비 부정사용이 의심되나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검·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경우도 13건을 기록했다. 

이중 4건은 혐의 없음에 따라 불기소 처분을, 7건은 기소돼 징역 및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현재 2건은 수사 진행 상태에 머물러 있다.

부정사용 관련 민원도 매년 오름세를 그리고 있다. 기정원은 종합과제관리시스템, 국민신문고, 레드휘슬, 안심신고제 등 4곳을 통해 연구개발비 관련 민원을 접수받고 있다.

2016년부터 올해 8월까지 접수된 민원은 총 134건이며, 올해만 52건이 더해졌다. 이중 기정원이 '조치 완료'라고 답했지만 실제 경찰 수사나 특별평가를 진행하고 있는 경우도 나타났다.

수사를 의뢰한 C업체 경우 사업비 1억6000만원을 개인 채무 변제와 임대료 등으로 사용한 사실이 포착됐다. 

아울러 D업체는 시험분석검사를 의뢰한 사실이 없음에도 세금계산서를 허위로 작성해 4600만원을 취했다.

기정원에 따르면 연구비 부정 사용을 사전 예방하기 위해 R&D 신청 전 청렴서약서를 작성하거나 청렴교육을 하고 있다.

이 밖에도 2019년 부정수급 점검단을 발족, 부정 사용 예방을 위한 점검을 실시하고, 기정원 내 '부정사용 신고센터'라는 별도 부서를 마련했다. 

부정사용 신고센터는 기업의 연구비 집행 상황을 사전 점검해 부정 사용 의심 사례를 살피고, 오집행 발생 건에 대해 대처한다. 현장 점검도 실시하고 있다.

다만 이같은 제도가 마련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부정 사용 사례가 적발돼 관리가 부실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김 의원은 "기정원이 연구비 부정 사용 점검단을 상시 운영 중에 있지만, 부정 사용 적발 건수는 다시 증가 추세에 있다"며 "기정원은 부정 사용된 연구비를 조속히 환수하고 점검단 운영의 개선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기정원 관계자는 "실효성과 관련해 매년 제도적인 보완을 하고 있는 상태"라며 "우려하는 부분에 대해 보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