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진의 스마트슈머 ] 까르보불닭은 어떻게 오리지널을 이겼나?
마라맛, 민트초코맛···수평적 확장 제품, 트렌드에 반응 불닭볶음면, 오리지널 출시 이후 24종 제품군 추가
지난 2012년 출시된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은 출시 당시 시장에 익숙하지 않은 상품으로 판매 부진을 겪었다. 하지만, 매운맛 마니아 사이에 입소문이 퍼지며 매출이 꾸준히 증가했다. 유튜브를 통해 불닭볶음면 챌린지가 유행하며 삼양식품의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았다. 이후 올해 9월까지 9년 5개월간 라면 16종, 스낵 및 간편식 7종, 소스 2종 등 총 25종 상품이 출시됐다.
이 중 맵기를 오리지널의 절반 수준으로 낮추고, 크림 파스타의 맛을 구현한 '까르보불닭볶음면'은 2018년 1월 기준 불닭시리즈 판매량 1위를 기록하며 원조인 '불닭볶음면'을 앞질렀다.
과거 '허니버터칩' 등 신제품의 메가히트가 대부분 그 제품의 성공으로 막을 내렸다. 최근 식음료업계는 이런 메가히트 제품 만들기에 집중하기 보다 이미 잘나가는 효자상품에 트렌트에 맞는 한정맛을 출시해 소비자들에게 새로움을 주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
일종의 수평적 브랜드 확장이다. 브랜드 확장은 신제품에 기존 브랜드를 연결시켜 소비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브랜드 관리 전략이다. 브랜드가 노화되거나 식상해지는 것을 방지하고, 신제품 출시에 따른 초기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브랜드 확장은 신제품 출시에 따른 위험 부담을 줄일 수 있고, 기존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할 수 있다. '마라'나 '민트초코'처럼 제품에 시대에 맞고 색다른 맛을 입혀 고객들에게 재미와 동시에 홍보효과도 얻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신제품의 경우 누구 한 명이 만드는 게 아니라 온 회사가 참가해서 시장조사부터 맛 평가까지 여러 단계를 거쳐 나오는데, 1년에 출시되는 신제품이 많지만 시장에서 살아남는 건 결국 몇개 되지 않는다. 대략 10개를 출시해서 한개에서 두개정도가 살아남는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식음료업계에서 주요 소비자로 자리잡고 있는 MZ세대는 제품을 구입할 때, 재미를 추구하는 성향이 강하다. 재미(Fun)와 소비자(Counsomer)를 합성한 펀슈머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이런 소비성향과 확장제품의 장점이 맞아떨어지며, 제품 라인업 강화는 최근 식음료업계의 주요 이벤트로 자리잡았다. 일부 제품의 경우 이런 확장성을 제품의 정체성으로 삼기도 한다.
한편, 정연승 한국유통학회장 겸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존 브랜드의 명성과 인지도, 기존 브랜드를 통해 홍보가 되기 때문에 마케팅 비용이 감소한다. 기존 브랜드 마케팅이 되어있기 때문에 마케팅을 많이 안 해도 괜찮다. 기업 입장에서는 리스크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브랜드 확장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이점이 많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