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취약계층 40% 도시가스 요금 감면 몰라서 못 받아

국회, 도시가스 관련 기관이 직권 감면 신청 법안 상정 그러나 개인정보보호 규제에 걸려 반년째 법안 표류 11월 요금 인상 가능성↑"감면 혜택 사각지대 없애야"

2021-09-27     김현우 기자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에서 한 주민이 골목길을 걷고 있다./ 연합뉴스

취약계층에 대한 가스요금 감면 혜택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분명 요금을 감면해주는 서비스는 있는데, 10명중 4명가량은 이 사실 조차 모르고 혜택을 받지 못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나온 법안 조차도 개인정보법에 걸려 6개월간 국회를 떠도는 신세를 면치 못 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기준, 보건복지부의 사회보장서비스 요금감면 현황에 따르면 요금감면 서비스 대상자가 직접 서비스 신청을 하지 못해, 각종 사회보장서비스 요금감면을 받지 못하는 비중이 평균 10명 중 3.6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가스요금의 경우, 약 270만명 중 100만여명(37%)이 요금감면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외에도 통신요금은 약 860만명 중 320만명, 전기요금 270만여명 중 55만여명, TV수신료 150만여명 중 70만여명이 혜택에서 제외됐다. 대부분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이거나 독거노인, 또는 국가유공자 등이어서 복잡한 요금감면 서비스 신청 절차로 인해 혜택을 받지 못 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회는 지난 3월, 도시가스 관련 민간 기관들이 요금감면 혜택 대상자의 신청이 없어도, 직권으로 감면 혜택을 적용시킬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반년 넘게 '계류'상태다. 

이용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3월 24일 대표 발의한 도시가스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은 국가기관이나 도시가스 기업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요금감면 서비스를 직권으로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개인정보보호 규제에 막혀 법안이 통과되지 못한 채 제자리를 떠돌고 있다. 

지난 5월, 산업통상자원부(산자부)는 해당 법안에 대한 검토보고서를 통해 "요금감면 제도에 대한 포괄적인 법적 근거 마련 필요성에는 동의한다"면서도 "민간기업의 경영 자율성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개정안에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도시가스사업의 경우 대체로 민간기업이 운영하는데, 요금감면 서비스 직권 신청 권한을 이임하면 개인정보의 수집 및 이용이 불가피하고 당사자의 수용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국회 산자위 관계자는 팩트경제신문과 통화에서 "해당 법안은 우선순위에서 조금 밀렸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취약계층 대상자의 개인정보를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보다 더 심도있게 필요하다는 입장에서 법안이 계류된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감면 혜택 적용 전에 대상자들에게 개인정보 수집 동의안을 얻고, 동의를 한 사람에 한해서만 감면 혜택을 주면 되지 않느냐는 의견도 나왔다.

이종성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의원은 팩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통해 "개인정보가 공유되면 본인이 취약계층인 사실이 알려져 이를 꺼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럴 경우엔 그들의 의견을 존중해 주는 것도 중요하다"라면서도 "요금감면 서비스 직권 대상에게 사전에 개인정보 동의서를 받고 동의를 한 인원에 대해서만 감면 직권을 행사하는 방안으로 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 감면 혜택의 '사각 지대'를 하루 빨리 없애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 7개월째 동결됐던 도시가스 요금이 오는 11월 다시 상승할 전망이다. 가스공사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11월에는 도시가스 요금을 인상해야 한다는 요구를 기획재정부에 전달한 상태다. 요금감면 혜택을 받지 못 하는 취약계층의 어려움은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