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월성1호기 폐쇄 이행 요청"···백운규 배임교사 증거
가동 중단 앞서 한수원 이사회서 나온 목소리 백운규, '정책적 판단'이라면서 법적책임 회피 경제성 조작 수사에 찬물 끼얹은 수사심의위 반쪽 기소냐 vs 몸통 기소냐···검찰 결정 촉각
"정부가 월성원자력 발전소 1호기 조기폐쇄 정책 이행을 요청하고 있다."
월성 1호기가 제 수명을 다하지 못하고 가동중단 결정을 맞게 된 2018년 6월 15일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에선 이같은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사건'과 관련해 당시 책임자였던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배임교사' 혐의에 대해 '불기소'를 권고했음에도 수사팀이 이를 따르기엔 무리가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앞서 대전지검 수사팀 전원은 만장일치로 백 전 장관에게 배임 교사 혐의를 적용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하지만 김오수 검찰총장이 친정부 인사로 구성한 수사심의위원회가 "추가 기소는 부적절하다"는 권고를 내놔 수사팀의 결정에 이목이 집중된다.
백 전 장관 측은 "조기 폐쇄는 정책적 판단에 따른 결정이었다"면서도 "이익의 주체가 명확하지 않아 배임 혐의가 성립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문제는 정재훈 한수원 사장이 배임으로 기소되면서 모든 책임이 정 사장에게 돌아가는 구조가 됐다는 점이다.
월성1호기 폐쇄 결정 당시 한수원 이사회는 "정부가 조기폐쇄 정책 이행을 요청하고 있다"며 정부의 입김이 작용한 것을 시사했고 감사원 조사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 당시 산업부는 조기폐쇄를 '논의'하는 차원이었다면서 '요청'한 것은 아니라면서 발뺌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 사장은 당시 "합법적이고 정당한 손실에 대해서는 정부의 보상을 요구하는 것으로 이사회에서 결론 내렸다"면서 조기폐쇄 및 백지화에 따른 매몰비용 1000억원에 대한 보상을 정부에 요구한 바 있다.
반대로 산업부는 월성1호기 조기폐쇄가 한수원의 자체적 결정일 때 법적 책임을 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법적 책임을 면하기 위해 한수원에 '비용보전 방안 요청' 공문을 보내는 방식으로 맞섰다.
월성1호기 조기폐쇄 결정 당시 산업부와 한수원의 공통된 주장은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당시 월성1호기는 2022년까지 연장 가동을 위한 설비개선 조치가 마무리된 상황이어서 양측 모두 '경제성 조작' 논란을 벗어날 수 없었다.
검찰 조사도 이와 일치한다. 검찰은 월성 1호기 즉시 가동중단에 따른 정부의 한수원에 대한 손해 보전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백 전 장관이 월성 1호기 경제성이 없는 것처럼 경제성 평가결과를 조작하는 데 관여한 것으로 봤다. 그러나 백 전 장관은 "수입의 관점에서만 접근해 형사법적으로 문제 삼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검찰 수사팀이 수사심의위원회의 권고을 반드시 따를 의무는 없다. 이번 위원회에선 9대 6으로 불기소 결정이 났다. 특히 15명 모두가 수사 중단에 의견을 모으면서 친정부 인사들끼리 입을 맞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수원 노조 한 관계자는 "당시 천문학적인 배상금을 한수원이 떠넘겨 받은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며 "정부가 한수원에 월성1호기 조기폐쇄 정책 이행을 요청한 것 자체가 백 장관이 배임교사자라는 증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