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배터리 물적분할···국내서 만년 2위 탈출 가능성은?

LG 점유율 독보적 1위···SK는 5분의1 수준 상처만 남은 배터리 분쟁으로 이미지 추락 리튬이온 약점 보완하는 '분리막 기술' 변수

2021-08-11     이상헌 기자
SK이노베이션이 생산한 파우치형 전기차 배터리를 직원들이 들어 보이고 있다. /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 물적분할에 주주들의 불만이 고조되는 가운데 전기차(EV)용 배터리 사업 경쟁력에 대한 관심이 덩달아 커지고 있다.

11일 SK이노베이션이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강화 일환으로 석유화학과 배터리 사업부를 독립 계열사로 분리하는 물적분할 방침을 발표한 뒤 주가가 급락하면서 증권가가 술렁이고 있다. '지주사 디스카운트'가 주주들의 가장 큰 불만으로 김준 총괄사장도 "시장의 우려를 충분히 이해한다"면서 진화에 나섰다.

SK이노베이션 내부적으론 배터리 사업을 100% 자회사로 물적 분할하는 안건을 논의하는 내달 16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정관 변경을 통해 '현금 외 주식 배당'을 지급하는 것이 유력한 주주 달래기 방안으로 거론된다.

이와 함께 "미래 성장 동력에서 새로운 사업화를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투자할 이유를 계속 만들어가겠다"고 설득 작업을 병행 중이지만, 무엇보다 지금껏 단 한번도 중위권을 벗어나지 못한 배터리 성적표가 상위권으로 진입할 수 있느냐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2021년 상반기 세계 전기차 배터리 판매량 통계/ SNE리서치

국내에서 SK이노베이션은 LG에너지솔루션 및 삼성SDI와 함께 빅3로 꼽히지만 글로벌 순위는 형편 없다. SNE 리서치가 발표한 올해 상반기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을 보면 LG에너지솔루션이 27.9GWh로 국내 업체 가운데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하고 삼성SDI(5.8GWh)가 5위, SK이노베이션(5.1GWh)는 6위로 LG의 5분의 1 수준에 그쳤다.

다만 전년 상반기 대비 성장 속도는 삼성SDI(108.8%)보다 SK이노베이션(160.4%)이 높은 모습을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균 성장률 250%를 훌쩍 넘는 중국 배터리 생산업체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한국 배터리 3사의 현실적인 한계다.

LG에너지솔루션도 고민을 가지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배터리 올인 전략을 펼치며 지난 2019년 처음으로 손익분기점을 넘으며 성장세로 전환했지만 세계적으로 늘어나는 수요에 편승하는 만년 2위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내수에서는 중국에 확실히 밀리고 경쟁력에서는 일본에 협공당하는 구조적 한계 때문에 숫적 열세인 미국이나 일본업체를 따라잡기는 쉽겠지만 중국의 벽을 넘기는 어려운 현실"이라고 말했다.

국내 업체간 배터리 분쟁에 따른 이미지 추락도 리스크다. SK이노베이션은 LG에너지솔루션과 같은 유형의 파우치형  배터리(소재를 층층히 쌓아 패키징 하는 방식)를 생산해왔는데 이번 분쟁 과정에서 내심 노이즈 마케팅 효과를 기대했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폭스바겐은 LG와 SK가 주력으로 하는 '파우치형' 배터리 대신 중국 CATL이 생산하는 '각형' 배터리를 주력으로 쓰겠다고 선언했다. 현대차도 아이오닉 신규 발주 물량을 중국 CATL에 맡기면서 상처뿐인 분쟁으로 남았다.

LG에너지솔루션이 생산한 리튬이온 배터리 모듈 결함으로 볼트EV가 불에 타고 있다. /AP=연합뉴스

다만 SK이노베이션이 믿는 구석은 있다. 계열사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가 LG에너지솔루션이 갖지 못한 프리미엄 분리막 제조 기술 보유사라는 점이다. 리튬이온 소재는 운반 과정에서의 흔들림이 있을 경우 화재·폭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를 예방하는 것이 양극재와 음극재의 접촉을 막아주는 분리막으로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세계 점유율 1위를 자랑하는 업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반대로 리튬이온 배터리 안정성이 최대 약점이다. 최근엔 미국 버몬트주에서 발생한 제너럴모터스(GM) 볼트EV의 폭발 사고가 소프트웨어 등 제어 장치가 아닌 리튬이온 배터리 결함 때문인 것으로 드러나며 전 세계에서 팔린 6만900여대가 리콜 대상이 됐다.

또 최근 엎친데 덮친 격으로 배터리 분쟁 과정에서 SK아이이테크놀로지와 거래를 끊게 되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일본 도레이그룹과 합작 공장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사내 분리막개발팀을 신설하고 관련 사업을 추진 중이다.

ESG경영 강화나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성장 가능성과 같은 막연한 미래를 말하는 SK그룹과는 달리 증권가에선 진짜 성적표에 무게를 둔 조심스런 전망이 나온다. 이지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아직까지 배터리 생산계획이나, 신설법인 상장시점 등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하지 않아 시장에 어떻게 반영될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