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밖에선 자신과 안에선 지도부와···진퇴양난

'중심'에 누가 서느냐···이준석 대표와 주도권 신경전 잇따른 말실수·태도 논란으로 뭇매···여름휴가 '쉼표'

2021-08-06     강민정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안팎으로 진퇴양난에 빠졌다. 잇따른 말 실수로 연일 정치권 논란의 중심에 서고, 당 내부에서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엇박자를 내며 '원팀'으로 융화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달 30일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하면서 제1야당 대선주자가 됐다. 하지만 입당 때부터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시기를 두고 잔잔한 파문이 인 가운데 최근 이 대표가 주도한 당내 대선주자 행사에도 연이어 불참하면서 '당 대표 패싱' 논란이 일고있다. 사진은 지난달 25일 치맥 회동을 하고 있는 윤 전 총장(왼쪽)과 이 대표의 모습. /윤석열 캠프 제공

이준석-윤석열, '대선' 놓고 이해관계 달라?

최근 이 대표가 주도한 대선주자 행사에 윤 전 총장이 연속 불참하면서 두 사람의 이해 관계가 다르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대선주자인 윤 전 총장의 경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대외 활동이 어려운 시점, 대선 후보로서 자신이 주도적으로 대중에게 다가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후보가 아닌 자신을 돋보이기 위해 이같은 행사를 마련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내비쳤다.

이를 놓고 친윤계로 분류되는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과 이 대표 사이 가벼운 설전이 붙기도 했다.

정 의원은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가두리 양식장에서는 큰 물고기가 못자란다'는 제목의 글을 올려 "우리 당 대선후보 경선의 주인공들은 후보들이다. 당 지도부가 아니다"라고 직격탄을 던졌다.

그러면서 "체급이 다른 후보들을 다 한데 모아서 식상한 그림을 만들어야 할 이유가 없다. 의정 생활하면서 이런 광경을 본 기억이 없다"며 "후보들이 마음껏 뛸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지원하는 것이 당 지도부의 역할"이라며 대선주자들이 보다 자율성을 지니고 움직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1시간여 뒤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나는 멸치와 돌고래에게 공정하게 대하는 것이 올바른 경선 관리라고 생각한다"며 즉각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작 후보들이 주목받지 못하면 '대표는 후보 안 띄우고 뭐하냐' 할 분들이 지금와서는 '대표만 보이고 후보들이 안보인다' 이런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거듭 '당 대표 중심주의'에 반기를 들었다.

아울러 "전당대회 때 룰 관련해서 이야기 한 마디도 안하고, 당에서 오라는 이벤트 하나도 안 빠지고 다 가도 선거 치르는 데 아무 문제 없었다"며 뼈있는 말을 남겼다.

당내 다른 대선주자들 사이에서도 볼멘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은 5일 '2차 대선 예비후보 간담회'를 열었다. 당내 대선주자들을 한데 모으기 위한 자리였지만, 이 자리에는 윤 전 총장을 비롯해 최재형 전 감사원장, 박진 예비후보 등이 불참해 완전한 자리는 되지 못했다.

이날 참석한 하태경 의원은 이들을 겨냥해 "개인플레이를 할 거면 왜 입당했냐"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김태호 의원 역시 '원팀' 정신을 강조하며 에둘러 비판했다.

윤 전 총장은 전날인 4일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에서 진행된 봉사활동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최 전 감사원장 역시 대선 출마선언식을 이유로 불참했지만, 부인 이소연 씨가 대신해 함께했다.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 역시 각자 사정을 이유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 대표는 '여의도 군기잡기' 의혹에도 적극 해명에 나섰다. 그는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윤석열 후보를 15분간 밖에서 기다리게 했다는 게 무슨 벌 세운 것인양 계속 보도되는데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또 "그날 입당이 예정돼 있던 장성민 전 의원의 입당식과 윤 후보의 지도부 상견례가 (오전) 9시에 예정돼 있었으나 윤 후보 측에서 장 전 의원과 같이 행사를 진행하는 것에 대해 불편하다고 알려와 최고위원회의 이후에 참여하도록 오히려 지도부에서 일정을 배려해준 것"이라며 "장 전 의원 측이 가장 기분 나빠야 할 상황이고 양해해줘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어느 후보인지를 막론하고 캠프 관계자가 지도부와 후보 간의 갈등을 유도할 경우 정확하게 사실관계들을 공개하겠다"고 덧붙이며 불필요한 논란 재생산을 경계했다. 

윤석열 캠프 관계자는 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최근 도마에 오른 '당 대표 패싱' 논란에 대해 "우리는 당 대선후보가 되기 위해 당에 입당했는데, 이 상황에서 당 대표와 갈등이 있어 좋을 게 있겠느냐"면서 "의도적으로 갈등을 조장한다거나, 소위 말해 불협화음을 만들 이유도 없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는 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윤 전 총장과 국민의힘 지도부 사이 잔잔한 갈등은 입당서부터 감지됐다는 관측도 쏟아진다.

윤 전 총장은 지난달 30일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했다. 당초 언론에는 이달 10일 전후 입당 예정이라고 알려졌지만, 이를 의식한 듯 지도부가 자리를 비운 사이 '깜짝 입당'을 해 지도부의 빈축을 샀다. 이에 대해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사전 준비 없이 전격 입당했으니 어색한 장면이 연출됐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주120시간 노동'을 시작으로 부정식품, 후쿠시마 원전 등 정치인으로서 부적절한 발언을 해 도마에 올랐다. 뿐만 아니라 다리를 크게 벌리고 앉는 '쩍벌'이나 고개를 젓는 '도리도리' 습관에 대해서도 고쳐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사진은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박병석 국회의장을 예방하고 있는 윤 전 총장의 모습. /연합뉴스

"검사 생활만 30년···정치인 화법 익숙지 않아"

윤 전 총장은 당 밖에서는 '자신'과 싸우고 있다. '주120시간 노동'을 시작으로 부정식품, 후쿠시마 원전 등 정치인으로서 부적절한 발언을 해 도마에 올랐다. 다리를 크게 벌리고 앉는 '쩍벌'이나 고개를 젓는 '도리도리' 습관에 대해서도 고쳐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이 때문인지 최근 윤 전 총장의 지지율 하락세가 심상찮다.

한국갤럽이 6일 발표한 차기 정치지도자 선호도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은 직전 조사 대비 6%포인트가 급락한 19%를 기록했다.

한국갤럽은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차기 지도자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왔다고 밝혔다.

특히 윤 전 총장은 서울 지역에서 지지도가 크게 빠졌다. 직전 조사에서 그의 서울지역 지지율은 28%를 기록했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12%포인트 내려간 16%에 머물렀다. 

보수 유권자가 많은 대구·경북지역에서도 35%(▽7%포인트)의 지지율을 얻는데 그쳤다. 인천·경기 지역에서도 17%(▽5%포인트)의 지지율을 기록,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캠프 관계자는 "윤 전 총장은 30년 가까이 검사 생활을 하지 않았나"라며 "재판부나 소송 당사자, 조직의 상사에게 설득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말을 길게 하는 경향이 있다"고 해명했다.

그는 "그러다 보니 아직 정치인으로서의 화법에는 능숙하지 못하다"며 "(상대방에게) 공격 여지를 주지 않기 위해서는 말에 전제나 조건 등을 잘 설명해야 하는데, 이런 부분을 생략하고 말하다 보니 오해를 산 것 같다"고 말했다. 더불어 "(이러한 문제점을) 윤 전 총장 본인도 많이 느낀다"고 부연했다.

윤 전 총장 측은 '쩍벌' 등 태도와 관련해서는 이미지 컨설팅을 받는 등 많이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려 노력하고 있다. 

이 밖에도 자신의 반려견·묘 사진을 올리는 인스타그램에 '쩍벌 마리'(윤 전 총장의 반려견 이름), '도리도리감시단 나비' 등의 게시글을 올려 태도 논란을 역이용했다. 인정하고 앞으로 고쳐나가겠다는 낮은 자세를 보인 것이다.

캠프 관계자는 윤 전 총장의 이런 논란에 대해 "고쳐지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며 "본인이 배우려는 열망이 있고, 오픈마인드이기 때문에 (이런 조언을) 잘 받아들이고 바뀌려 노력한다"고 했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