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효의 게임오버] ‘게임계 1티어’라던 크래프톤, 상장 앞두고 줄줄이 악재

기업가치 고평가···증권신고서 정정 요구 직장 내 갑질 논란에 해외사업 리스크도

2021-06-29     김종효 기자
상장 후 ‘게임업계 대장주’로 올라설 것으로 기대받는 크래프톤이 최근 안팎으로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크래프톤

이른바 3N(NC소프트, 넥슨, 넷마블)이 주름잡고 있던 게입업계 판도를 뒤집을 것으로 예상됐던 크래프톤이 상장을 앞두고 연달아 터지는 악재에 몸살을 앓고 있다.

크래프톤은 최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받았다. 이를 두고 금감원이 크래프톤 기업가치가 과도하게 측정됐다고 판단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크래프톤이 제출한 증권신고서상 평가 시가총액은 35조 736억원으로, 이는 국내 증시에 상장한 게임업체 중 최고가다. 이른바 ‘게임 대장주’로 불리는 엔씨(NC)소프트는 18조원대, 넷마블은 11조원대다.  

금감원이 크래프톤에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하기 전부터 크래프톤의 기업가치가 고평가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은 이미 제기돼왔다. 크래프톤이 ‘배틀그라운드’ 시리즈에 지나치게 의존해 있다는 것과, ‘배틀그라운드’ IP 활용 사업들이 얼마나 성공을 거둘 수 있을 지 확신할 수 없다는 점 때문이다.

크래프톤은 금감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당시 월트디즈니 및 워너뮤직그룹을 비교 기업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이를 두고 콘텐츠 수익을 주로 하는 기업들과 크래프톤을 비교하는 것은 무리수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 ‘배틀그라운드’ IP를 활용한 단편영화 ‘그라운드 제로’ 역시 배우 마동석을 내세우며 흥행 몰이에 나섰지만, 이전 게임 IP 활용 영화 등이 이렇다할 흥행을 하지 못한 것을 이유로 실효성에 의문을 갖는 관계자들이 많다.

크래프톤은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를 받은 후 석 달 내 정정신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만큼 재정비를 한 뒤 IPO(기업공개)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크래프톤에 대한 꾸준한 우려는 바로 ‘배틀그라운드’ IP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외에도 크래프톤은 최근 해외 사업에 대한 리스크 제기는 물론 기업 내부의 갑질 논란 등에 휩싸였다. /크래프톤

이 가운데 크래프톤 직장 내 갑질 논란도 터졌다. 크래프톤 일부 직원들이 직장상사들의 갑질을 고발한 것이다. 해당 직원들은 모 유닛장과 팀장 등 상사가 자신들에게 야근 및 잔업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또 갑질 외에도 한 평짜리 전화부스에 출근을 시켜 이 곳에서 업무와 식사를 해결하도록 하는 등 직장 내 괴롭힘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해당 직원들은 크래프톤 사내 인사팀에 이같은 내용을 고발하는 동시에 서울동부고용노동지청에도 진정서를 내 해당 논란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크래프톤은 직장 내 갑질 및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신고를 접수한 뒤 외부 노무사를 고용해 조사를 시작했다. 우선 조사 중인 구성원은 조사가 끝날 때까지 보호해야 한다는 원칙 하에 유급휴가를 보냈다. 크래프톤은 조사 결과가 나온 뒤 양측에 대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크래프톤은 해외 사업과 관련한 리스크도 겪었다. 크래프톤이 적극 해명하긴 했지만, 투자 신뢰도 문제에도 타격을 입었다.

이른바 ‘텐센트 리스크’로 불리는 ‘화평정영’ 논란은 투자자들로부터 IPO를 위한 ‘꼼수’ 아니냐는 비난을 불러일으켰다. 

그간 크래프톤은 중국 모바일 게임인 텐센트의 ‘화평정영’이 자사와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최근 제출한 증권신고서엔 ‘화평정영’으로부터 수수료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텐센트의 ‘화평정영’은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 모바일’과 비슷한 게임성,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 중국서 서비스가 중단된 직후에 출시된 점, 기존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이용자 데이터가 승계된 점 등을 토대로 크래프톤과의 연관성이 제기돼왔다. 이에 대해 줄곧 연관성을 부인하던 크래프톤은 증권신고서를 통해 중국 게임 시장의 불확실성 관련 위험 항목에 대해 설명하는 과정에서 결국 ‘화평정영’과의 연관성을 인정했다.

이에 따라 크래프톤이 이른바 ‘우회판호’를 위해 ‘화평정영’을 내세워 중국에 진출했다는 주장도 힘을 얻게 됐다. 판호는 중국 내 허가권을 뜻한다. 중국은 한한령 이후 한국 게임에 대해 거의 판호를 발급하지 않았다. 크래프톤이 중국 기업인 텐센트를 발판으로 ‘우회판호’를 발급받아 중국 서비스를 하고 있었다는 주장이다. 중국 정부가 이를 ‘우회판호’로 판단할 경우, 서비스 중지 처분까지 받을 수 있어 크래프톤의 매출 구조도 흔들릴 수 있다.

크래프톤은 최근 증권신고서를 통해 텐센트 ‘화평정영’과의 연관성을 인정했다. 이는 투자 신뢰성에 타격을 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만, 크래프톤은 ‘화평정영’과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은 같은 게임이 아니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텐센트 ‘화평정영’

크래프톤이 증권신고서에 기재한 주요 매출처는 게임 퍼블리싱 기업 A로, 지난해 기준 크래프톤 매출액의 68.1%를 차지했다. A사는 텐센트로 추정된다. ‘화평정영’을 통한 중국 내 매출 규모가 상당하다고 볼 수 있다. 크래프톤의 지난해 전체 연결 매출액은 1조 6704억원이며, 한국 제외 아시아 지역 매출은 1조 4176억원이다. 아시아 지역에서 전체 매출의 84.8% 가량이 발생한 것이고, 중국 내 매출이 상당 비중이다. ‘화평정영’으로 인한 ‘우회판호’ 논란은 크래프톤에게 큰 부담일 수 밖에 없다.

이에 대해 크래프톤은 투자자에게 소소한 리스크까지 알려야 한다는 판단 하에 텐센트와 협의, 기술 서비스 수수료를 공개했지만, ‘화평정영’과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은 같은 게임이 아니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한다고 밝혔다.

비록 짧은 기간의 이슈였지만,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주요 매출처인 인도에서도 개인정보 유출 의혹이 제기됐다. 인도 내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안드로이드 기기 관련 데이터가 중국 베이징과 홍콩에 위치한 서버에 전송되고 있었다는 주장이었다. 

그러자 크래프톤은 해당 데이터는 일부 게임 기능을 작동하기 위해 서드파티와 교류한 데이터이며, 개인정보 정책을 위반하는 데이터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또 정보정책에 대해 사용자 동의를 얻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특히 인도 정부가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지난해 9월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서비스를 중지시킨 뒤 재정비해 인도 내 서비스 재론칭을 앞둔 상황인 베타 서비스 기간에 일어난 논란이어서 크래프톤은 즉각 해명에 나서는 등 발빠르게 대응했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은 서비스 중지 전 인도 현지 구글 매출 2위였다.

이처럼 크래프톤은 상장을 앞둔 상태에서 크고 작은 악재로 안팎에서 얻어맞고 있다. 그렇지만 크래프톤은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반영하듯 여전히 ‘뜨거운 감자’이자 ‘IPO 대어’에 속한다. 

전문가들은 신작 게임 ‘배틀그라운드: 뉴스테이트’가 중국과 인도, 베트남 시장을 제외하고도 구글 기준 글로벌 사전예약자 1700만명 돌파를 달성하는 등 여전히 높은 인기를 자랑하고 있어 ‘배틀그라운드’ IP 의존도가 높은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크래프톤의 기업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이는 같은 실적일 때 다른 기업 대비 게임 관련 기업의 가치가 더 높게 평가되는 점도 반영된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