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發 '이재용 가석방'···시민단체 "법질서 훼손" 반발
6일 송영길 "사면으로 한정할 것 아니다, 가석방으로도 풀 수 있어" 박범계 "가석방 폭은 더 늘어나야···대표 발언 자체로 의미가 있다"
정부와 여권을 중심으로 수감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가석방으로 풀어주는 안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이어 7일 박범계 법무부 장관도 그 가능성을 열어놓는 듯한 발언을 하면서다. 가석방은 대통령이 권한을 행사해야 하는 사면에 비해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을 줄일 수 있어 향후 논의 결과가 주목된다. 진보 성향 시민단체에서는 가석방도 사면과 다를 바 없이 법질서를 훼손하는 일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송 대표는 지난 6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이 부회장 사면 문제에 대해 "이 부회장이 구속돼서 활동을 못 하고 있고 이 부회장이 나와야 투자도 되는 것"이라면서 "꼭 사면으로 한정할 것이 아니고 가석방으로도 풀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 부회장이 나와서 반도체, 백신 등 재난적 상황에서 일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국민적 공감대가 높아지고 있으며 이에 대해 청와대가 깊게 고민하는 것으로 안다"며 "저는 이런 청와대 입장을 이해한다"고 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도 7일 출근길에 이재용 가석방론에 대한 기자들의 질의를 받고 "원론적으로 가석방 폭은 더 늘어나야 한다"며 "가석방이 재범을 막는 데 굉장히 중요한 요소가 되고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송 대표의 가석방 언급에 대해선 "당 대표께서 말씀한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가석방 가능성을 열어두는 발언으로 해석됐다.
여권에서 이 부회장 석방에 대한 국민 여론에 부응하면서도 사면권 행사라는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을 피하는 방안으로 가석방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으로 풀이된다. 사면권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지만, 가석방은 법무부 장관의 승인으로 이뤄질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뇌물 등 중대 범죄에 대해 사면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법무부는 지난 4월 말 가석방 심사 요건을 완화해 올해 7월부터 형기의 60~65%를 채우면 가석방 대상에 포함키로 했다. 이 부회장은 오는 8월이면 형기의 60%를 채운다. 다만 사면은 통상 복권 조치도 뒤따르기 때문에 이 부회장의 경영 복귀가 바로 가능한 반면, 가석방은 법무부 장관이 추가로 취업제한 대상에서 제외해주는 조치를 취해야 가능해진다.
이같은 논의가 일자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들은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3일 논평에서 "이 부회장은 법에 따라 삼성전자 취업이 제한된다는 법무부 장관의 통보를 받았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고 여전히 삼성전자 임원으로 있다"며 "재범 우려가 없다고 할 수 없고 이미 다른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어떻게 가석방 허가를 주장할 수 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또 "이 부회장의 가석방을 허가한다면 법무부가 이 부회장을 위해 가석방 심사 요건을 완화했다는 불필요한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은 지난 2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삼성 투자의 정치적 대가로 이 부회장 사면·가석방이 논의되는 것에 반대한다"며 "이 부회장 사면·가석방은 재벌총수 범죄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며, 사법질서의 근간을 훼손한다는 점에서도 부당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