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춘의 바둑이야기] 트로이카와 00후 세대의 도전···여자바둑리그 관전포인트는?
2021 NH농협은행 한국여자바둑리그 5개월 대장정에···8개팀 출전
‘바둑 두는 여자는 아름답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2015년 닻을 올린 여자바둑리그가 일곱 번째 시즌을 맞았다.
지난 5월 17일 서울 서초구 더 리버사이드 호텔 7층 콘서트홀에서 2021 NH농협은행 한국여자바둑리그가 개막식을 갖고 5개월간의 대장정에 들어갔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8개 팀이 출전했다, 더블리그로 상위 4개 팀을 가려낸 뒤 포스트시즌에서 우승 팀을 확정짓는 방식이다.
올해는 전기 우승팀 보령시(보령 머드·감독 문도원)를 비롯해 부광약품(서울 부광약품·감독 권효진)과 포스코케미칼(포항 포스코케미칼·감독 이정원) 그리고 삼척시(삼척 해상케이블카·감독 이다혜), 부안군(부안 새만금잼버리·감독 김효정), 여수시(섬섬여수·감독 이현욱), 서귀포시(서귀포 칠십리·감독 김혜림) 및 신생팀 순천시(순천만국가정원·감독 양건) 등 8개 팀이 참가했다.
바둑은 과거 철저한 개인 위주의 게임이었지만, 요즘은 프로야구나 축구처럼 구단제 형식으로 팀을 꾸려 순위를 가리는 리그전 형태로 많이 운영되고 있다. 프로들의 무대인 한국바둑리그, 시니어바둑리그, 여자바둑리그가 그렇고 아마추어 바둑인들의 제전 내셔널바둑리그도 리그제다.
올해 여자바둑리그 관전 포인트를 짚어봤다.
# 최정·오유진·김채영, 트로이카의 희비는?
여자바둑 독보적 랭킹1위 최정은 보령머드 소속으로 대회 2연패를 노린다. 6번의 여자바둑리그 중 절반인 2016년과 2018년 그리고 2020년 세 번에 걸쳐 소속 팀을 우승시킨 최정에게 제일 먼저 눈길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올해는 소속 팀 보령머드의 신예 김경은과 박소율이 지난해 보다 큰 폭으로 성장했다는 분석이 있어 2연패가 어렵지 않을 거라는 예상이 많다.
최정도 개막식에서 “출전하는 대국을 전부 이겨서 동료들을 편하게 해주는 것이 목표”라고 의욕을 보였다. 우승할 때마다 MVP를 차지한 바 있어 과연 네 번째 MVP가 가능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최정을 견제할 가장 강력한 후보로는 오유진이 꼽힌다. 오유진은 올해 순천만국가정원 팀의 주장으로 뛰게 된다. 여자바둑리그 통산 73승 29패를 기록 중이고, 2015년 인제 하늘내린과 2019년 부안 곰소소금의 주장으로 두 번이나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그때마다 MVP로 등극했음은 물론이다.
트로이카 체제의 한 축 김채영도 무시할 수 없는 존재다. 최정에게 이름값에서는 밀리지만 2018년 세계여자바둑대회 중 최고로 꼽히는 제1회 오청원배 세계여자바둑선수권대회 결승에서 최정을 2-0으로 꺾고 정상에 오른 적이 있다. 최정의 독주를 막아서기에 충분한 실력을 갖췄다는 얘기다.
김채영에게 한 가지 희소식은 팀 운도 따랐다는 것. 여자바둑리그는 드래프트를 통해 선수를 선발하는데 김채영이 소속된 삼척 해상케이블카에는 조혜연, 김은선, 김수진이 한솥밥을 먹게 됐다. 조혜연은 원래 1지명으로 예상됐던 기사. 팀에 1지명 급이 둘이나 있으니 전력을 높게 평가할 수밖에 없다.
평균 연령은 높지만 모두 관록을 갖춘 선수들이어서 최정의 보령머드에 꿇릴 게 없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과연 김채영이 팀 동료들을 등에 업고 최정에게 깊은 태클을 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우승 전력은 어디?
많은 전문가들은 올해 여자바둑리그 판도를 2강 6중이라고 예측한다. 2개의 강팀은 확실한데 나머지 6팀의 전력은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일단 2강은 보령머드와 삼척 해상케이블카라는 의견이 다수다. 보령 문도원 감독은 개막식 인터뷰에서 “다른 팀들이 전부 우리 팀을 견제하는 걸 보니 공공의 적이 된 것 같아 오히려 흐뭇하다. 2연패를 이룰 자신이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또 삼척의 이다혜 감독은 “선수선발 결과가 발표된 후 동료기사들한테 이미 결승진출 확정이라는 문자를 많이 받았다. 여기저기서 우리 팀을 강팀으로 꼽아줘서 굉장히 기쁘고 감사하다. 당연히 우승이 목표다”라고 출사표를 던졌다.
김영삼 9단은 “최정이 이끄는 지난해 우승팀 보령의 두 신예 김경은과 박소율 선수의 기량이 급성장하면서 전력이 더 강해졌다.
그런데 삼척의 멤버 구성이 심상치 않다. 우선 1지명급 선수가 둘이나 된다(김채영, 조혜연). 거기에 주부기사 김은선과 김수진 선수가 원래 관록이 있는 기사들이어서 어느 팀도 쉽게 공략하기 어려울 것이다. 단기전은 모르지만 장기 레이스인 정규 리그라면 보령 보다 오히려 삼척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고 평가했다.
그 외 보령의 문도원 감독이 가장 경계해야 할 팀으로 꼽은 서울 부광약품(허서현, 박지연, 정유진, 이단비)도 전력이 괜찮다는 평이 있지만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아니어서 중위권 경쟁은 혼전으로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 00후 신예들의 도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올해 여자바둑리그 선수선발의 가장 큰 특징은 00후 신예, 그러니까 2000년 이후 출생한 신예들이 대거 입성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우선 2002년생 허서현이 00후 세대로는 처음으로 1지명에 선발되면서 약진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허서현 외에도 올해 여자바둑리그 전체 인원 32명 중 9명이 00후 세대다.
여자바둑리그를 관심 있게 지켜본 안형준 5단은 “올해 여자바둑리그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10대 유망주들의 도전이라고 본다”면서 “부광약품 1지명 허서현을 필두로 00후 세대인 김경은, 박소율, 김노경, 정유진, 유주현 등이 과연 기존 선배라인을 어디까지 공략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이들이 만일 선배들 공략에 성공한다면 여자바둑계 전체 판도가 확 바뀔 것”이라고 분석했다.
2021 NH농협은행 한국여자바둑리그의 우승상금은 5500만원이며, 준우승3500만원, 3위 2500만원, 4위 1500만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상금과 별도로 주어지는 대국료는 승자 130만원, 패자 40만원, 미출전 수당 10만원이 지급된다. 제한시간은 장고바둑의 경우 각자 1시간에 40초 5회의 초읽기, 속기바둑은 각자 10분에 40초 5회의 초읽기가 주어진다.
정규리그는 3판 다승제의 14라운드 더블리그를 통해 순위를 정한다. 9월 시작되는 포스트시즌에는 정규리그 상위 4개 팀이 진출하며 스텝래더 방식으로 준플레이오프-플레이오프-챔피언결정전을 거쳐 최종 챔피언을 결정한다.
유경춘 바둑평론가
대학졸업 후 첫 직장인 주간바둑신문 입사 이후 줄곧 바둑계에서 바둑전문기자로 활동해왔다. 월간 바둑세계 편집장, 넷마블바둑 컨텐츠팀장 등을 거쳐 현재는 (사)대한바둑협회 홍보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