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차’ 21대 국회, 성적표 받아보니···“속 빈 강정”

21대, 법률안 9615건 발의로 ‘역대 최다’···같은 시기 17대보다 7742건↑ ‘국회 떠다니는’ 계류 의안 76.47%···“의원님들, 발의만 하실 게 아니라요…”

2021-05-02     강민정 기자
21대 국회는 그야말로 ‘이벤트’의 연속이었다. 국회의원은 개개인이 하나의 입법기관이다. 그들의 역할은 민생을 돌보고 더욱 나은 방향으로 제도를 고치는 일이다. 300명의 국회의원들은 자신의 본분엔 충실했을까. 여성경제신문이 이제 막 ‘신입’ 꼬리표를 뗀 21대 국회의 1년 성적표를 살펴본다. 사진은 지난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대법관(천대엽) 임명동의안과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하정구) 추천안이 통과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21대 국회가 이제 1년 차를 맞았다. 21대 국회는 시작부터 다사다난했다. 개원부터 당초 예정일이었던 5월 말보다 48일이나 뒤처진 7월에서야 겨우 ‘임시국회’로 셔터를 올렸다. 

하지만 여야가 협치를 일구지 못하며 난항이 펼쳐졌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 통과를 놓고 여야가 샅바싸움을 벌여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의회 안에서 다수파의 독주  등을 막기 위해 합법적 수단으로 의사 진행을 지연시키는 무제한 토론)를 실시했다. 이 뿐만 아니다. 라임·옵티머스 사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사이 반목 등 21대 국회는 ‘정책’보다는 ‘정쟁’이 앞선 1년여를 보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통과와 관련,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는 국회에 텐트를 설치하고 입법 촉구 단식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책을 두고 여야가 긴 입씨름을 벌이기도 했다. 여기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현직 임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사건까지 세간에 알려지며 여야는 ‘특별검사(특검)팀을 꾸려야 한다’, ‘국회의원 전수조사를 해야 한다’ 등 앞다퉈 공수표를 마구 던지기도 했다. 지난 4월 7일엔 ‘미니 대선’이라고도 불리는 서울·부산시장 재보궐 선거도 치러졌다.

21대 국회는 그야말로 ‘이벤트’의 연속이었다. 국회의원은 개개인이 하나의 입법기관이다. 그들의 역할은 민생을 돌보고 더욱 나은 방향으로 제도를 고치는 일이다. 300명의 국회의원들은 자신의 본분엔 충실했을까. 여성경제신문이 이제 막 ‘신입’ 꼬리표를 뗀 21대 국회의 1년 성적표를 살펴본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국회에 현재까지 발의된 의안 총수는 9896건으로 이중 법률안 수는 9615건(30일 기준)이다. 다만 대다수가 계류 상태에 머물러 입법 통과가 촉구되는 실정이다. 사진은 국회 본회의장 투표 전광판. /연합뉴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국회에 현재까지 발의된 의안 총수는 9896건(30일 기준)이다.  ‘의안’이란 헌법개정, 예산안, 결산, 법률안, 동의안, 승인안, 결의안, 규칙안, 선출안, 중요동의, 의원징계, 윤리심사, 의원자격심사, 기타안, 기타 모두를 포함하는 명칭이다. 이중 우리에게 가장 익숙하고 국회에서 제도 등을 매만질 때 발의하는 가장 보편적인 방식은 ‘법률안’이다.

21대 국회에서 발의한 법률안의 수는 9615건으로 전체의 97.16%에 달한다. 21대 국회 의안 발의 건수는 결코 적은 수치가 아니다. 동일시기 20대 국회 발의 의안 총수와 비교했을 때 3591건가량 더 많다. 20대 국회는 4년 임기 동안 총 2만 5521건의 의안(법률안 2만 4141건, 94.59%)을 다뤘다. 국회의원의 임기는 4년임을 감안했을 때, 이들은 1년 평균 6380건의 의안을 발의한 셈이다. 

 

18대부터 21대 국회까지 법안 발의 현황을 살펴보면 대수가 넘어갈수록 의안 발의 역시 그 수가 늘어나는 양상을 보였다. 1년 평균 발의 개수를 살펴보면 △19대 4731(법률안 4455)건 △18대 3736(법률안 3478)건 △17대 2148(법률안 1872)건 등이다. 17대 국회와 21대 국회 사이 법률안 발의 수 편차는 7742건에 육박한다.

다만 18대부터 21대 국회까지 법안 발의 현황을 살펴보면 대수가 넘어갈수록 의안 발의 역시 그 수가 늘어나는 양상을 보였다. △19대 국회 총 1만 8926건, 법률안 1만 7822건 △18대 국회 총 1만 4947건, 법률안 1만 3913건이었다 △17대 국회 총 8592건, 법률안 7489건 순이었다.  

1년 평균 발의 개수를 살펴보면 △19대 4731(법률안 4455)건 △18대 3736(법률안 3478)건 △17대 2148(법률안 1872)건 등이다. 17대 국회와 21대 국회 사이 법률안 발의 수 편차는 7742건에 육박한다. 역대 국회기간은 △20대 2016~2020년 △19대 2012~2016년 △18대 2008~2012년 △17대 2004~2008년 등이다. 모두 5월 30일에 개원해 4년 뒤 5월 29일에 임기를 마쳤다.

국회에서 법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다소 복잡하다. 사실상 ‘발의’ 이후가 더욱 중요하다. 먼저 국회의원이 법안을 발의하면 해당 법률안이 다뤄지는 상임위원회(소관위)로 넘겨진다. 상임위원회란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지닌 위원회로, 국회의원 개개인이 자신이 선택한 상임위에 위원으로 참석해 논의를 진행한다. 

이후 발의 법안에서 추가 심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판단될 경우 소관위가 아닌 다른 상임위(관련위)에서 부심사를 진행한다. 모든 법률안은 결국 ‘법사위’로 통한다. 법사위는 발의 법률안이 우리나라 헌법에 위배되는지를 살펴본다. 이 과정을 체계·자구심사라고도 한다. 국회에서 많은 상임위 중에서도 ‘법사위원장’ 자리를 특히 눈여겨 보는 이유다. 법사위를 통과한다면 본회의로 회부된다. 

본회의 문턱도 넘는다면 정부에 이송돼 15일 이내 대통령 공포 절차를 진행한다. 다만 이 과정에서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데, 이럴 경우 국회로 재송부돼 다시금 투표 절차를 거친다. 여기서 출석인원의 3분의 2가 해당 법안에 찬성한다면 대통령 의사와 관계없이 법안 통과가 가능하다.

 

21대 국회에 나온 여러 의안의 처리 현황을 살펴보면 △가결 898 △부결 1 △대안반영폐기 1302 △폐기 45 △철회 102 △계류 7568건 등으로, 법률안 다수가 계류 상태에 머물러 있다. 

이처럼 21대 국회에 나온 여러 의안의 처리 현황을 살펴보면 △가결 898 △부결 1 △대안반영폐기 1302 △폐기 45 △철회 102 △계류 7568건 등이다. 여기서 대안반영폐기란 단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쉽게 말하면 ‘폐기’라 언급돼 있지만 사실상 ‘폐기가 아닌’ 의안이다. 

국회는 유사한 골자의 여러 법률안이 있을 때 이를 한데 묶어 병합심사를 한다. 이 과정에서 통과된 법률안에 영향을 주는, ‘대안으로 반영되는’ 법안을 일컫는다. 해당 법률안 자체가 통과된 것은 아니나 해당 법률안들이 놓친 부분을 보완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계류는 흔히 ‘법안이 국회를 떠다니는 상태’라고도 표현한다. 앞서 말한 절차에서 상임위에 머물러 본회의로 넘겨지지 않은 상태의 의안이다. 계류 의안의 경우 상임위에서 논의 절차가 더뎌 결국 ‘임기만료 폐기’(해당 국회의 임기가 만료돼 폐기된 의안)로 비화될 우려가 있다. 

현재 21대 국회에 발의된 의안의 대다수는 ‘계류’ 상태다. 전체의 76.47%에 해당한다. 의안 발의는 사회의 사각지대를 개선한단 점에서 충분한 의미를 지니지만 결국 통과되지 않으면 ‘말잔치’에 불과하다. 21대 국회가 전대 국회보다 다량의 의안을 발의했음에도 불구, 이중 대다수가 계류에 그친단 건 뼈아픈 대목이다.

 

상임위별로는 행정안전위원회(행안위)가 1464건(14.79%)으로 가장 많은 의안을 발의했다. 특위는 가장 적은 총 6건의 의안을 발의했다. 

상임위별로는 행정안전위원회(행안위)가 1464건(14.79%)으로 가장 많은 의안을 발의했다. 특위는 가장 적은 총 6건의 의안을 발의했다.

뒤이어 △복지위 1077건(10.88%) △법사위 879건(8.88%) △기재위 872건(8.81%) △국토위 842건(8.50%) △환노위 828건(8.36%) △정무위 787건(7.95%) △산자위 506건(5.11%) △교육위 452건(4.56%) △농해수위 418건(4.22%) △문체위 372건(3.75% △과기정통위 355건(3.58%) △운영위 216건(2.18%) △국방위 202건(2.04%) △외통위 177건(1.78%) △여가위 169건(1.70%) △미확정 79건(0.79%) △예결특위 60건(0.60%) △본회의 48건(0.48%) △정보위 15건(0.15%) △윤리특위 12건(0.12%) △특위 6건(0.06%) 등으로 집계됐다.

현재 국회에는 △국회운영위원회(운영위)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정무위원회(정무위) △기획재정위원회(기재위) △교육위원회(교육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기정통위) △외교통일위원회(외통위) △국방위원회(국방위) △행정안전위원회(행안위) △문화체육관광위원회(문체위)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보건복지위원회(복지위)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국토교통위원회(국토위) △정보위원회(정보위) △여성가족위원회(여가위)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특위) △윤리특별위원회(윤리특위) △특별위원회(특위) 등 20개의 상임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