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인사이드] 이베이코리아 인수전, 최종 승자는?

신세계‧롯데‧SKT‧MBK파트너스…업종 불문 치열한 경쟁 수익 정체에도 경쟁사 쿠팡 ‘메기 효과’에 몸값 솟은 이베이코리아 유력 인수 후보 꼽히던 카카오는 결국 불참

2021-03-18     최이서 언론인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는 유통 대기업을 비롯해 IT 대기업까지 뛰어들어 과열 경쟁을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베이코리아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점유율 3위 업체로서 15년 연속 흑자뿐 아니라 11번가, 쿠팡, 인터파크와 같은 오픈마켓 경쟁사들 중 유일한 흑자 기업이기도 하다. 그런 이베이코리아가 매각에 나선 건 인수가격이 가장 정점에 달했을 때, 가장 비싼 가격에 팔기 위해서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는 유통 대기업을 비롯해 IT 대기업까지 뛰어들어 과열 경쟁을 보이고 있다. 쿠팡의 ‘메기효과’가 유통업계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커머스 대표 업체인 쿠팡이 최근 미국 증시에 성공적으로 상장되면서 이에 위기감을 느낀 유통 대기업들은 반격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그 ‘난장’이 바로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이다. 

전자상거래 기업 G마켓, 옥션, G9 등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가 매물로 나오자 업계에서는 처음에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이베이코리아 매출은 2019년 기준 1조954억원으로 업계 1위 쿠팡(7조원)보다 크게 낮다. 하지만 거래액은 연간 19조원으로 네이버, 쿠팡 등과 함께 국내 전자상거래 업체 최대 수준이다. 지난해 국내 온라인 거래 시장 규모가 160조원으로 추산되는 점을 감안하면 이베이코리아의 ‘점유율’은 무시 못 할 수준이었다. 특히 1조원대에 가까운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쿠팡과 달리 이베이코리아는 전자상거래 업계에선 유일하게 15년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2019년에도 쿠팡과 네이버의 공세 속에서 615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기도 했다. 

그런데 왜 팔려고 하는 것일까? 역시 수익 문제다. 이베이코리아가 2019년에 거래액 19조원, 매출액 1조 954억원, 영업이익 615억원을 기록하긴 했지만, 3년 전인 2016년의 실적(거래액 14조 원, 매출액 8634억 원, 영업이익 670억 원)과 비교하면 거래액과 매출액은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뒷걸음질 쳐 수익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이것이 이베이 본사가 2018년부터 국내 유통기업을 상대로 물밑에서 인수 의사를 타진하면서 매각설이 심심찮게 흘러나온 표면적인 이유다. 

#헤지펀드 압력에 놓인 미국 이베이

수익이 정체에 놓이자 이베이 본사는 ‘다이어트’에 나섰다. 이베이는 지난 2001년 옥션 지분을 인수하며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당시 이베이는 옥션 매입에만 8500억원가량을 투자했었다. 이베이가 한국 시장 진출 20년 만에 철수를 고려하는 것은 미국 본사 사업 구조조정과 관련이 있다. 미국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아마존에 밀리고 있는 이베이 본사는 작년 초부터 행동주의 헤지펀드들의 공격을 받고 있다. 엘리엇매니지먼트 등 행동주의 펀드들이 이베이코리아를 비롯한 자회사의 매각과 분사를 요구하고 있다. 현재 이베이는 미국에서는 아마존에게 밀리고, 한국에서는 네이버나 쿠팡 등에 밀리고 있다. 이에 투자자들은 매각과 분사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판도를 뒤집을 결정적인 카드가 없는 상황에서 실적이나 위상이 나쁘지 않을 때에 팔아야 가장 좋은 값에 팔 수 있기 때문에 이베이가 매각에 나선 것이다. 

이베이코리아는 2016년만 해도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 18%로 업계 1위였다. 그들의 성공과 정체의 요인을 본다면 유통업계의 미래도 예견해볼 수 있다. 이베이코리아는 오랜 업력으로 쌓아 올린 수많은 셀러와 충성 고객층을 확보하고 있는 플랫폼이 있었기에 흑자가 가능했다. 이베이코리아는 G마켓, 옥션 등에 입점해 있는 업체들에게 받는 플랫폼 이용 수수료가 주 수익원이다. 20년 전부터 한국에서 사업을 하면서 많은 셀러들이 이베이의 플랫폼에 입점해 있고 그들이 내고 있는 수수료 수입이 꽤 알찬 편이다. 이베이로서는 이 수수료의 안정적인 확보가 곧 수익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 수수료 베이스의 수익모델이 결국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수수료를 더 받기 위해서는 셀러와 고객을 더 많이 확보해야 한다. 고객을 더 많이 유입시키기 위해서는 수수료 인하같은 유인책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수수료 베이스 사업이 수수료를 내리게 되면 그 자체로 딜레마가 생긴다. 더구나 네이버나 쿠팡의 공격적인 마케팅에 의해 이베이코리아의 셀러와 충성 고객층이 그쪽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빠진 고객수를 벌충하기 위해 수수료를 더 높이게 되면 기존 셀러들마저 떠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비즈니스 모델을 발전시키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결국 수수료 베이스로는 비즈니스 수익 모델을 더 확장시킬 수 없는 한계에 도달하고 있는 것이다. 

이베이코리아의 정체는 자체 수익모델이 다양하지 못한데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확대가 계속돼 강력한 라이벌들이 등장하고 있었음에도 그들을 저 멀리 떼놓지 못했다는 것이다. 경쟁사 네이버가 운영하는 네이버쇼핑은 소규모 쇼핑몰을 입점시켜 그들로부터 수수료를 받아 수익을 낸다는 점에서 G마켓, 옥션과 유사한 플랫폼이다. 다만 이베이코리아에 비해 판매 수수료 경쟁력이 월등하다. 네이버쇼핑은 업계 최저 수준의 판매 수수료(매출연동 2%)를 고수하고 있다. 반면 G마켓과 옥션은 카테고리별로 다르지만 평균 6~8% 수준의 판매 수수료를 받는다. 그래서 업계 관계자들은 “수수료 차이가 크다 보니 요즘엔 지마켓보단 네이버쇼핑을 주로 찾게 된다”고 말한다. 네이버가 수수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강력한 검색 인프라로 유입자를 늘릴 수 있었고 그것이 수수료 최저 수준으로 이어진 것이다. 

#수수료 베이스 수익모델의 한계

이베이코리아는 G마켓과 옥션을 앞세워 한때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점유율 70%대를 웃도는 전성기를 구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쿠팡과 티몬, 위메프, 11번가 등 후발 주자가 등장했고, 롯데쇼핑과 신세계 그룹이 롯데온과 SSG닷컴으로 온라인 유통시장에 가세하며 최근 점유율은 10%대 초반까지 떨어진 상태다. 15년 흑자 대기록도 자세히 속을 뜯어보면 사정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이베이코리아의 영업이익률은 취급고 기준으로 0.5%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015년 영업이익 801억 원에서 2019년 615억 원으로 약 24% 감소했고 영업이익률도 10%대에서 5%대로 줄었다. 더욱 큰 문제는 경쟁사들이 빠른 배송과 온라인 신선식품 시장에 공격적으로 투자에 나섰지만 이베이는 그렇지 못했다는 점이다. 신선식품·배송 서비스에서는 쿠팡이나 쓱닷컴(SSG닷컴), 마켓컬리 등과 비교해 후발주자로 이들과 본격 경쟁하려면 대대적인 투자에 나서야 했지만 공격적인 투자에 인색해 1인자 자리를 쿠팡에 위협받고 있다.

이렇게 이베이코리아의 입지가 현저히 줄어들자, 결론은 값나갈 때 매각을 하는 것이었다. 이베이코리아는 지난 16일 예비입찰을 마감하고 인수전의 서막을 올렸다. 롯데그룹, 신세계그룹(이마트), SK텔레콤, MBK파트너스, 동남아 기반 직접구매 플랫폼인 큐텐 등이 참여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감 직전까지 유력 인수후보 중 하나로 이름을 올렸던 카카오는 예상과 다르게 끝내 불참했다. 국내 이커머스 1·2위를 다투는 네이버와 쿠팡 역시 예비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번 이베이코리아의 매각 쇼케이스는 나름 흥행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많다.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할 경우 단숨에 거래액 20조원이 넘는 이커머스 ‘빅3’ 자리에 오를 수 있다. 문제는 역시 몸값이다. 이베이코리아는 매각가로 5조원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네이버·쿠팡에 밀려 성장세가 주춤한 이베이코리아의 인수 가격으로는 다소 과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쿠팡이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 첫날 시가총액 100조원의 대박을 터뜨리자 이커머스 시장 자체의 파이가 커졌고 이베이코리아 몸값도 그것에 연동돼 올랐던 것이다. 

이베이코리아의 몸값과 위상이 부풀어 오르면서 인수전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기업은, 역시 가장 적극적인 신세계그룹이다. 신세계는 급변하는 커머스시장에서 ‘게임 체인저’가 되기를 바란다. 온오프라인 경계를 허물어야 할 뿐 아니라 경쟁사와도 필요하다면 손을 잡아야 한다고 판단해 이미 네이버와 2500억원 규모 지분 교환을 통해 이커머스 시장 빅뱅을 노리고 있다.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면 단숨에 e커머스 거래액을 24조원까지 확대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온·오프라인상 공히 신세계 상품에 익숙해진 소비자를 ‘연합군 플랫폼’에서 신세계 자체 플랫폼으로 끌어들이는 전략도 가능하다. 이에 따른 파생 효과도 상당하기 때문에 ‘유통 마니아’ 정용진 부회장이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롯데는 신세계보다 훨씬 절박하다. 작년 4월 롯데가 이커머스 분야를 통합해 롯데온을 야심차게 론칭했지만 시장 점유율을 좀처럼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베이코리아를 통해 쇼핑 플랫폼 사용자확장을 노리고 있다. 롯데온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뚜렷한 실적을 목표로 롯데그룹내 7개 온라인 쇼핑몰 통합 로그인 플랫폼이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개인 취향 특화 온라인 쇼핑 공간을 선보이는 서비스다. 특히 롯데의 온·오프라인 인프라를 적극 활용 및 연계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또 각 계열사의 온라인 경험을 모아 시너지를 일으켜 빠른 시일 내 시작 석권의지를 보였었다. 하지만 롯데온은 전혀 부상하지 못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롯데의 상명하복식 기업문화와 옛날 승승장구하던 매너리즘에 빠져 고전하고 있다. 격변하는 유통시장은 상상력과 발상의 전환을 요구하는데 롯데가 그 큰 그림을 전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자체 혁신이 어렵다 보니 결국 이베이코리아 인수와 같은 모멘텀을 통해 어려운 국면을 빠져나가려고 하는 것이다. 롯데온의 사업을 이끌어 온 조영제 롯데쇼핑 e커머스 사업부장은 지난달 사업부진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에 차질을 빚었고 소비자 호응을 얻지 못했다는 평가와 시너지 효과도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이유다. 롯데그룹은 롯데온을 정상화 궤도로 올릴 수 있는 외부전문가를 영입한다고 지난달 밝혔다. 만약 롯데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한다면 지각변동이 진행되는 이커머스시장을 크게 흔들며 국면 전환의 기회를 노려볼 만하다. 

#SK텔레콤의 이례적 참여

SK텔레콤의 예비 입찰 참여는 다소 생소하다. 하지만 자회사 11번가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플랫폼 강자로의 도약을 염두에 둔 행보다. 지난해 말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과의 초협력을 성사시킨 박정호 SK텔레콤 최고경영자(CEO)는 11번가를 중심으로 아마존과의 ‘플랫폼 협업’을 확대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통해 국내 ‘빅3’급으로 덩치를 키운 11번가가 우선 아마존의 사업 모델을 단계적으로 차용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커머스시장 점유율 6% 수준인 11번가는 그간 수차례 매각설에 휩싸였다. 하지만 탈 통신을 외쳐온 박정호 CEO는 커머스 분야의 성장세, 인공지능(AI) 등 ICT 경쟁력과 연계한 플랫폼 확장 가능성에 주목하며 11번가 매각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다. 향후 SK텔레콤의 AI 기반 플랫폼 전략에서 시장점유율을 확대한 11번가가 주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SK텔레콤이 유통을 통신과 결합하는 새로운 융합형 비즈니스의 모델로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 기업가치 강화를 위한 카드로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염두에 두고 있다. 홈플러스는 온라인 매출 비중을 20% 가까이 끌어올리는 등 온라인 강화에 역량을 투입하고 있으나, 치열한 이커머스 생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시장에선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 MBK파트너스가 SK텔레콤과 손을 잡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이 경우 이커머스와 대형마트의 경쟁력이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다.

재계에서는 이베이코리아의 인수전을 롯데와 신세계 유통 대기업의 2파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이들 기업은 코로나19 이후 급격히 커지고 있는 이커머스 시장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해서라도 인수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다. 롯데는 한때 유통 최강자였던 옛 명성을 회복하고 전반적으로 침체에 빠져 있는 그룹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 이번 인수가 가장 절박하다. 신세계 또한 정용진 부회장이 쿠팡의 시장잠식을 저지하기 위해 이번 인수전에 총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유력 인수 후보 중 하나였던 카카오는 전날 예비입찰에 결국 참여하지 않았다. 업계에선 카카오의 불참 이유로 사회관계망서비스 기반 관계형 커머스를 지향하는 카카오와 가격 경쟁을 기반으로 한 오픈마켓인 이베이 플랫폼 간 시너지를 내기가 쉽지 않다는 점, 인수 희망가(5조원) 대비 기대효과가 크지 않다는 점 등을 꼽고 있다. 카카오가 왜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포기했는지를 보면 이커머스 시장의 향후 판도를 예상해볼 수 있다. 카카오의 불참 이유에 대해 카카오 측은 비밀유지협약(NDA)을 들어 참여 여부, 불참 배경 등에 대해 일절 함구하고 있으나 내부적으로 인수전 참여를 두고 격론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카카오 고위 관계자는 “(마감 직전인) 오후 5시까지도 참여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었다. 인수합병(M&A) 및 투자를 담당하는 부서와 자회사 카카오커머스 등 실무 파트 사이의 시각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최종 결정권자인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회의론’에 손을 들어줬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카카오의 불참 “네이버 배만 불려주는 꼴”

업계에서는 카카오의 인수전 불참 배경으로 최대 5조원이나 줘 가면서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해봐야 시너지가 크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 주효했다고 보고 있다. 한 재계 전문가는 “오픈마켓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어 (여기에 있는 판매자를 카카오 커머스 사업으로 유치하는 것 외에) 큰 시너지를 내기 어렵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네이버의 강력한 검색 플랫폼이 쇼핑과 잘 맞아떨어졌던 반면 카카오톡이 이베이코리아의 트래픽을 늘릴 힘이 있는가에 회의적이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의 인수전은 기존 비즈니스와의 시너지 효과가 핵심이다. 카카오가 네이버와 같은 강력한 검색 네트워크가 있다면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해도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다. 하지만 카카오는 네이버만큼의 강력한 검색 툴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네이버 유입률’도 지목된다. 카카오가 이베이코리아 인수로 커머스 시장을 키우면, 경쟁사인 네이버 좋은 일만 시켜주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한다. 온라인 쇼핑을 할 때 소비자는 통상 네이버 가격비교 검색을 한 뒤 G마켓이나 옥션 등 오픈마켓에 들어간다. 이런 터라 카카오 매출이 늘 때마다 네이버에게 줄 수수료도 많아지는 점에 부담을 느꼈다는 얘기다.

네이버는 검색 시장 국내 최강이다. 이 든든한 ‘자산’이 네이버를 이커머스에서도 성공시킨 요인이 됐다. 네이버의 이커머스 점유율은 2016년 7%에 불과했다. 이때 이베이코리아는 18%로 1위를 질주하고 있었다. 하지만 불과 4년이 지난 2020년 네이버는 이베이코리아를 누르고 점유율 17%로 1위에 등극했다. 이베이코리아는 12%로 3위로 내려앉았다. 이베이코리아가 한국에서 네이버에 밀렸난 이유는 네이버의 검색시장 장악에 있었다. 전문가들은 “네이버는 소비자들을 검색을 통해 끌어들여 강력하게 락인하는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라고 진단한다. 카카오가 결정적으로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 물러난 것도 네이버의 강력한 검색 파워를 넘어서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한다고 해도 네이버에 준하는 강력한 검색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인수의 실익이 떨어진다. 

#쿠팡 주도 시장의 전환점

카카오는 자신들만의 강점을 그대로 밀어붙일 태세다. 카카오는 현재 자체적으로 커머스 사업을 확대하는 데도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카카오톡에 ‘카카오쇼핑’ 탭을 추가하고 카카오톡 선물하기뿐 아니라 2인 이상이 모여서 공동구매하는 톡딜, 카카오쇼핑라이브 등 다양한 모바일 쇼핑 경험을 제공하기 시작하기도 했다. 카카오커머스 관계자는 “최근 커머스업계에서 가장 큰 화두가 가격 경쟁력, 물류 최적화 두 가지라면, 카카오커머스는 상품군을 다양화해 이용자 저변을 늘리는 데 공을 들이며 다른 색깔을 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베이코리아의 경쟁력과는 별개로 국내 커머스 시장이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카카오가 커머스 사업 덩치를 키우기 위해 향후 다른 승부에 뛰어들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이번 인수전에 응한 각 사는 향후 이베이코리아의 경영 지표 등에 대한 상세 실사 등을 통해 기대효과의 실현 가능성을 점검하고, 인수전 완주 여부를 최종 결정할 전망이다. 이베이코리아의 인수가는 당초 매각사 측의 희망가(5조원)보다 낮은 4조원 선에서 결정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여전히 인수가 부담이 큰 수준이어서 참여 업체들 대부분이 본 입찰까지 고민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쿠팡이 업계에 던진 ‘메기 효과’로 국내 전통적인 유통 강자들은 생존과 저항의 필사적인 몸부림을 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은 쿠팡이 주도하는 시장에 전환점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