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에서 온 편지-26] 불타는 훌라잉따야, 긴장 속 국경지대
각국 봉제업체 몰려 있지만 중국 공장에만 방화···한국업체들 태극기 내걸고 일하다 모두 문 닫아 국경지대 27개 무장 단체가 독립 위해 내전 중···4개 반군은 규모 갖추고 시위 시민들 무장호위도
지난 14일 일요일. 양곤 훌라잉따야. 이날은 양곤 시민과 교민들이 숨죽이고 이 지역 소식을 들어야만 했습니다. 대형 화재와 충격적인 사망자 숫자. 훌라잉따야는 시내에서 강을 건너면 있는 산업단지 마을입니다. 수많은 노동자들이 새벽이면 봉제공장에 출근하기에 인산인해를 이룹니다. 이 지역에 끊임없이 연기가 나고 공장들이 불타고 있습니다. 하루종일 타는 연기와 불기둥은 도심에서도 볼 수 있었습니다. 중국계 공장 30여 곳이 방화로 화재가 난 것입니다. 이런 집단화재는 비상사태 중 처음 당하는 거라 양곤 교민들은 많이 놀랐습니다.
이곳은 한국계, 중국계, 일본계, 미얀마계 봉제업체들이 몰려있는 단지입니다. 중국계 업체가 가장 많습니다. 그 다음이 한국입니다. 약 40여 업체가 일합니다. 중국 공장에만 일방적으로 방화를 했기에 그 의도를 짐작할 수는 있지만, 아직 확실한 원인을 알 수는 없습니다. 한국업체들은 태극기를 내걸고 일했지만, 다음날부터 모두 문을 닫았습니다. 화재 이후 시위대에 대한 강한 진압과 발포로 이 지역에서만 이틀간 76명이 사망했기 때문입니다. 시민들의 집계입니다. 비상사태 이후 가장 사망자가 많았던 나날입니다.
방화사건처럼 의문의 사건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10일엔 양곤 외곽 바고 지역에 로켓이 발사되어 폭발했습니다. 따웅우 공군기지를 공격한 것입니다. 신원을 알 수 없는 테러라고 현지 언론은 전합니다. 고속도로 위에서 107mm 로켓을 발사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국경지대에 있는 소수부족 무장단체들의 움직임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른바 반군이라고 부릅니다.
미얀마에는 공식적으로 135개 소수민족이 있습니다. 전국 국경지대에 주로 삽니다. 이 지역엔 오랜 기간 동안 독립이나 자치를 위해 무장한 단체가 27여개 있고, 정부군과 내전을 겪곤 합니다. 그중 4개 반군이 제법 규모를 갖추고 있습니다. 남부 꺼인 주 카렌족의 KNU, 동부 샨 주 샨족의 RCSS, 북부 카친 주 카친족 KIA, 서부 라카인 주 아라칸족의 AA가 그것입니다. 소수민족 청년들로 구성되어 군복, 무기, 기지도 있습니다. 이 나라는 연방이므로 소수민족과의 갈등이 끊임없이 일어납니다. 때론 큰 희생이 따르기도 합니다.
비상사태에다 대도시에 계엄령까지 선포된 지금. 반군들의 입장은 대개 군부를 비난하지만 아직 명확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국경지대는 긴장 속에 있습니다. 군부는 파격적으로 AA 반군을 테러단체에서 제외해 주었습니다. 최근 KIA는 군부대를 공격해 교전이 있었습니다. 현 시국과 관련이 있는지는 확인이 되질 않습니다. 남부 태국 국경의 반군단체 KNU는 따닌따리 주의 시위현장에서 시민들을 무장호위하기도 했습니다. 인도, 태국 등 접경지대는 난민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중엔 양심에 따르는 경찰, 소방관들도 있습니다. 두고 온 아내와 자녀들을 걱정합니다. 맞붙은 인도에는 북부 미얀마 부족과 같은 종족들이 살고 있어 평소에도 자주 교류가 있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양곤에 있는 한국대사관은 한인회와 함께 교민 안전을 위한 공지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귀국 항공편 마련, 밤이나 시위현장 통행 자제 등. 통행금지 시간에도 마을마다 시위가 있기 때문입니다. 한 달 이상 공공기관, 병원, 은행, 업소들이 문을 닫은 상태입니다. 직원들이 출근을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모두 이 시국이 장기화되는 것을 염려합니다. 하루의 평범한 일상이 그리워지는 나날입니다. 유난히 웃음과 미소가 많은 미얀마 사람들. 그 웃음소리를 다시 듣고싶은 밤입니다.
정선교 MECC 상임고문
저널리스트 겸 작가. 국제 엔지오(NGO)로 파견되어 미얀마에서 6년째 거주 중. 미얀마 대학에서 한국문화를 가르치고, 미얀마 전역을 다니며 사람, 환경, 자연을 만나는 일을 즐겨 한다. 국경을 맞댄 중국, 인도, 태국 등에 사는 난민들과 도시 빈민아동들의 교육에 큰 관심이 있다. 요즘 이 시대를 겪는 미얀마 청년들의 삶과 희망, 사랑을 다룬 소설 작업을 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