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인사이드] LG-SK 배터리 소송전, ‘치킨게임’으로 가나
감정대결로 치닫는 배터리 소송전 ‘영업비밀 침해 혐의’ 인정하라는 LG vs ‘글로벌 분쟁 경험 미숙으로 소송 졌다는’ SK 재벌그룹들이 자존심 싸움 빠져 美에 천문학적 금액 배팅한다는 지적도
LG에너지솔루션(이하 LG)과 SK이노베이션(이하 SK)의 배터리 소송전이 점점 감정대결로 치닫고 있어 업계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양쪽은 ‘합의’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오로지 둘 중 하나가 완전히 ‘항복 선언’하기를 바라는 ‘치킨게임’도 불사하며 강경 일변도로 치닫고 있다. 국제무역위원회(ITC)는 1차 전쟁에서 LG의 손을 들어주었지만 SK는 합의보다 미국 정부를 압박하는 ‘고강도 전략’을 택했고, 이에 LG도 미국 정부를 상대로 조지아주 현지 추가 투자를 약속하며 맞불을 놓고 있다. 업계에서는 미국에서 한국의 재벌그룹이 국익보다 양사의 자존심 싸움에 빠져 꼴사나운 추태를 벌이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LG와 SK는 지난 2019년부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배터리 소송전을 벌여왔다. ITC는 지난달 10일 “SK가 LG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면서 향후 10년간 SK가 생산하는 배터리 완제품과 각종 부품의 미국 내 수입을 전면 금지한다고 결정했다. 양사 간 배터리 소송은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LG화학은 SK가 핵심기술 유출 우려가 있는 자사 인력을 빼갔다며 2019년 4월 29일 SK를 ITC와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영업비밀 침해’로 제소했다. 구체적으로 LG화학은 SK가 2017년부터 2년 동안 LG화학 전지사업본부의 연구개발, 생산, 품질관리, 구매, 영업 등 전 분야에서 76명의 핵심인력을 빼갔다고 주장했다. LG화학은 ITC에 SK의 셀, 팩, 샘플 등의 미국 내 수입 전면 금지를 요청했고, SK의 전지사업 미국 법인 소재지인 델라웨어 지방법원에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제기했다. 이에 대해 SK는 즉각 반발하며 영업비밀 침해 주장을 부인했다. 당시 SK 측은 “정상적인 경력사원 채용 과정을 거쳤고, SK가 빼온 것이 아니라 지원자가 스스로 온 것”이라고 반박했다.
정상급 전기차 배터리 기업들이 벌인 이번 ‘세기의 소송’에 대해 국내외에서는 조속한 합의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양사는 최종 결정이 내려지기까지 극한대립을 벌이고 있다. 배터리 사업이 전기자동차의 상용화 등으로 4차산업의 ‘쌀’이라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LG와 SK는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강경 일변도로 대응하고 있어 합의 가능성도 점점 멀어지고 있다. 또한 이번 배터리 소송전이 두 그룹의 명운을 건 총력전 성격을 띠게 되면서 전쟁의 전선도 확대되고 있다. 특히 SK가 이번 소송전에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미국의 기업과 조지아주, 그리고 유력 정치인들을 적극 개입시켜 ‘공중전’을 유도하고 있는 점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LG와 SK는 소송 이후 합의를 모색했지만,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SK가 LG와의 직접협상보다 투자 유치 피해 등을 내세우며 미국 정부를 압박하는 우회전술을 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2019년부터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는 SK는 당초 2022년부터 제품을 양산할 계획이었으나, ITC 결정이 최종 확정될 경우 가동할 수 없게 된다. 바이든 미 대통령이 ITC 결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시한은 오는 4월 11일이다. SK는 ITC 결정이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마저 넘어 구체적으로 현실화되면 미국 사업 철수나 배터리 사업 완전 포기같은 최악의 시나리오도 상정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그런 만큼 ITC의 결정이 확정되기 전에 미국 정부를 움직여 최소한 미국 내의 투자 사업은 타격을 받지 않고 추진해야만 하는 절박한 상황을 맞고 있다. 그래서 미국의 ‘로비’ 라인을 총 동원해 ITC 결정 충격과 피해의 최소화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SK가 사업철수를 하게 될 경우 엄청난 수의 고용효과를 포기해야 하는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는 지난 12일 바이든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조지아주에 건설되는 SK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이 앞으로 2600명을 고용할 예정”이라며 “SK가 공장을 짓고자 투자하는 26억달러(약 2조9500억원)는 조지아주 역대 최대 외국인 투자다. SK 공장은 미국 내 주요 전기차 배터리 공장 가운데 연방정부 보조금을 받지 않고 건설된 유일한 공장이 될 것”이라고 ‘읍소’했다. 또한 그는 “SK가 2025년까지 공장을 확장해 고용 인원을 6000여명으로 늘릴 계획인데 ITC 결정을 대통령이 번복하지 않으면 공장을 닫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SK의 설명”이라고 덧붙였다. 켐프 주지사는 지난달 ITC 결정이 나온 직후에도 바이든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었다.
켐프 조지아 주지사가 이렇게 공개적으로 미국 정부에 요구하는 것도 이해할 만하다. SK는 조지아주에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고용 인원과 생산능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2025년까지 공장을 확장해 고용원을 6000여 명으로 늘리고 배터리 생산량도 연간 50GWh(기가와트시) 규모로 확대한다는 것이 SK의 청사진이다. 하지만 ITC 판결이 확정될 경우 SK의 조지아주 공장은 운영은 문을 닫아야 하는 처지다. 그리고 SK의 미국 배터리 공장이 문을 닫을 경우 조지아주에 경제적 타격은 물론 미국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배티러 공급망 추가 확보 행보에도 차질이 생기는 것으로 알려진다. 켐프 주지사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이같은 점도 언급하며 배터리 공장 폐쇄는 배터리 경쟁에서 미국이 중국에게 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다. 켐프 조지아 주지사가 바이든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ITC의 결정을 거부해달라고 요구한 날, 미국 조지아주 주도 애틀랜타 지역 매체인 AJC는 “LG가 조지아주 일자리를 책임지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보도했다. AJC에 따르면,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지난 10일 래피얼 워녹 조지아주 상원의원에게 서한을 보내 “LG는 조지아주 주민과 근로자들을 돕기 위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외부 투자자가 SK 공장을 인수한다면 LG가 파트너로 참여해 공장을 운영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또 “전기차 배터리 수요 증가로 다수의 투자자와 제조업체들이 SK 공장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도 했다.
LG의 이같은 파격적인 행보는 SK가 미국 정부에게 압력을 가해 ITC 결정 거부를 이끌어내려는 ‘우회 전술’ 의도를 파악하고 ‘맞불작전’을 놓은 것으로 해석된다. LG가 SK의 투자자 역할을 대신하겠다고 밝히자, SK의 ‘히든카드’였던 미국 투자 로드맵이 그 매력을 잃게 될 가능성도 제기되면서 SK의 미국 우회 압박 전술도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앞서 LG는 오는 2025년까지 미국에 5조원 이상을 투자해 독자적으로 2곳 이상의 배터리 생산 공장을 건립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신설 공장 후보는 6월 이전에 결정한다는 방침이었다. 미국 제네럴모터스(GM)와도 합작법인 2공장 투자를 상반기 중으로 결정할 계획이다. 조지아주에 막대한 물량공세를 퍼붓는 것이 알려지자 LG측은 “지금의 사태가 SK의 부정한 기술 탈취 행위로 발생했다는 것을 명확하게 알리고, 이로 인한 조지아주의 일자리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차원에서 서한을 보냈다. 조지아주 공장 인수나 설립 문제는 아직 확정된 방안은 없다”고 해명했다. 반면 SK측은 AJC에 “다른 누군가가 전기차 배터리 제조 시설을 인수한 뒤 주요 자동차 업체가 수용할 수 있는 배터리를 생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LG가 미국 배터리 공급망을 독점하게 되면 중국을 따라잡으려는 미국의 노력은 더욱 뒷걸음치게 될 것”이라고 응수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미국에서 한국의 두 재벌 그룹이 서로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하겠다고 나서는 꼴사나운 행태가 벌어지고 있다. LG측은 ‘미국투자’ 카드를 활용해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이끌어내려는 SK의 노림수를 읽고 그것을 차단하기 위해 SK의 투자액과 맞먹는 규모를 조지아주에 ‘중복 투자’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만약 LG가 배터리 생산 공장을 조지아주에 건립하겠다고 확정지을 경우 조지아주도 SK를 적극 지지할 명분이 희석되기 때문에 양측의 조지아주 투자 경쟁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결국 우리 기업 둘이 미국에 퍼주기 무한출혈경쟁을 하는 것이다. SK는 절대로 거액의 합의금을 줄 마음이 없음을 드러내며 미국정부 압박에 올인하고 있고, LG도 합의는 뒷전이고 일단 SK가 쏟아 붓는 규모만큼 조지아주에 더 투자해 SK의 장점을 최대한 없애려고 한다. 결국 장기적으로 우리 기업만 손해를 보는 것은 물론 미국에서의 한국 기업 이미지도 나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에서도 두 회사의 ‘치킨게임’에 우려의 시각이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LG의 미국 내 대규모 투자계획에만 초점을 맞추고 SK 견제용과는 거리가 멀다는 식으로 보도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미 미국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LG가 SK와의 협상전에서 유리한 국면을 이끌어 내기 위해 불필요한 과대 투자를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두 회사의 뜨거운 ‘로비전’이 한국 언론의 소송전 시각에도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향후 전망은 지극히 불투명하다. 일단 바이든 대통령이 ITC의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간은 다음달 11일까지로, 대통령 심의기간 중에 LG와 SK 간 합의가 이뤄지면 SK의 공장 가동과 배터리 미국 수출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 하지만 양사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SK는 연방항소법원에 항소할 수 있지만 항소 기간에도 수입금지 및 영업비밀 침해 중지 효력은 지속된다. 재계에서는 “LG가 미국에 대대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은 실제 미국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을 겨냥한 것이겠지만, SK와의 협상테이블을 유리한 조건으로 이끌기 위한 조치로도 풀이된다”는 시각이 있다. LG가 ‘협상용’으로 불필요한 투자를 더 하겠다는 것을 두고 ‘감정적인 대응은 자제하고 협상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SK가 미국 정치권을 압박하는 강경책을 고수할 경우 LG로서도 원칙적인 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
향후 협상은 비관적이다. 양사는 협상 출발선에서부터 명백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일단 1차 ITC 결정에서 완전한 판정승을 거둔 LG측은 SK에게 ‘굴복’을 강요하고 있다. 대외적으로 구체적인 ‘반성문’을 쓰라는 것이다. LG측은 “합의의 시작은 영업비밀 침해 혐의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LG측은 지난 11일 “공신력 있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배터리 전 영역에 걸쳐 영업비밀을 통째로 훔쳐간 것이 확실하다고 최종결정을 내렸음에도, 이를 인정하지 못하는 인식의 차이가 아쉽다”며 이같이 밝혔다. 하지만 SK측은 자사의 소송 패소 원인에 대해 ‘영업비밀 침해’에 대한 인정보다 “글로벌 분쟁 경험 부족으로 인해 미국 사법체계 대응이 미숙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SK 이사회 확대 감사위원회). 사실 소송의 본질인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혐의에 대해 양사의 입장차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LG측은 ITC 판결을 근거로 SK가 11개 분야에 걸쳐 영업비밀 22개를 침해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SK이노는 ‘ITC 소송에서 문서 삭제로 인해 영업비밀 침해 여부는 다퉈보지도 못하고 수입금지 조치를 받았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LG는 빨리 항복하라는 입장이고, SK는 ‘영업비밀 침해가 아니라 국제소송만 잘 했으면 우리가 이길 수도 있었던 것이니 억울하게 합의를 해줄 수는 없다’는 자세인 것이다.
사실 합의금액 규모를 보면 간극 차이만큼이나 그 가능성도 낮다. 업계에 따르면 SK는 5000억~1조원대를, LG측은 3조원 대의 합의금을 각각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LG측은 자사가 제시한 합의금액에 대해 “글로벌스탠다드인 미국 연방영업비밀보호법에 근거해 제안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SK 이사회는 LG측 요구에 대해 ‘사실상 미국에서 배터리 사업을 지속할 의미가 없거나 사업 경쟁력을 현격히 낮추는 수준의 요구 조건’이라며 정색하고 있다. SK는 현재 총 3조원을 투자해 조지아주에 배터리셀 생산공장을 건설중인데, 합의금으로 3조원을 지급할 바에야 차라리 미국 공장을 짓지 않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하지만 LG측은 “가해자(SK) 입장에서 무리한 요구라 수용불가라고 언급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문제해결에 대한 진정성이 결여돼 있다고 생각한다”며 상대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그러면서 “경쟁사가 진정성있게 협상 테이블에 와서 논의할 만한 제안을 하고 협의를 한다면, 최근 보톡스 합의사례와 같이 현금·로열티·지분 등 충분히 수긍 가능한 다양한 보상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LG측이 SK의 영업비밀 침해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지만, 미국에서 천문학적인 액수가 들어가는 소송전을 벌이면서 한국기업의 이미지도 추락하고 있는 등의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해 협상 테이블로 상대가 불러낼 명분과 공간을 먼저 열어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재계에서는 재계 순위 3위의 SK그룹(공정자산 232조원)이 바로 아랫단계인 4위 LG그룹(공정자산 137조원)에 공개적으로 항복을 하며 반성문까지 쓰는 최악의 경우만은 피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저항’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자산규모도 LG의 2배에 달하는 SK가 배터리 때문에 LG에 굴욕을 당하느니 끝까지 해보다가 안 되면 미국에서 완전히 사업을 철수하는 초강수를 둘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SK 내부에서 “미국 내 공장 철수 방안도 검토해봐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공장의 지속적인 가동을 위해 승소한 LG측이 요구하는 합의금을 지급하는 것과 사업 철수에 따른 기존 투자금 손해비용을 저울질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의견은 지난 10일 SK이노베이션 이사회가 개최한 감사위원회에서 나왔다. 김종훈 이사회 의장은 다음날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10년씩 공장을 돌리지 못하게 한다면 그냥 사업을 접으라는 것이다. 10일 회의에선 ITC 결정 부당성에 대한 성토가 내부에서 이어졌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나라 같았으면 기업에 그 정도의 과도한 처분이 내려진 데 대한 비판 여론이 일어났을 것”이라며 “관련 이메일 기록을 지운 것 등은 기술침해를 했다고 오해를 살 만한 아주 큰 실수를 했다고 지적했지만, 선진국 기관인 ITC가 그런 결정을 내린 데 대한 유감의 뜻은 경영진과 같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LG측은 SK가 이번 소송전을 진정성 있게 대하지 않고 그룹차원에서 ‘정치적’으로 해결하려는 ‘불순한’ 의도에 대해 더욱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먼저 제소를 당한 SK가 정부 관계자를 앞세워 중재를 요청했고, 그것이 정세균 총리까지 나서서 양사의 합의를 압박하는 모양새로 나타나자 피해를 본 LG 입장에서는 사태해결의 본질을 외면하고 적당히 덮으려는 의도에 더욱 원칙적으로 강경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SK가 진정성 있게 협상 테이블에는 나올 생각을 하지 않고 미국 정부와 조지아주를 압박해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만 목을 매는 것도 LG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그래서 LG도 ‘우리도 얼마든지 조지아주에 더 투자할 수 있다’며 감정적인 대응을 하는 것이다.
재계에서는 양사가 그룹 총수 차원에서 일괄타결을 해야 사태가 해결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번 국제적인 소송전은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평소 ESG 경영을 강조하며 기업의 도덕적 책무에도 비상한 관심을 보여 온 터라 SK가 더욱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실제로 경위야 어찌됐든 영업비밀 침해라는 1차적 소송전의 빌미를 제공한 SK가 결자해지의 진지한 자세로 문제를 풀어야 함에도 미국 정부 로비전 등으로 적당히 빠져나가려 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그래서 소송전 막바지에서 최태원 회장이 결단을 내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와 함께 합의의 이니셔티브(선취권)를 쥐고 있는 LG가 재계 순위 3위 SK에 대해 최소한의 자존심을 세워주는 선에서 먼저 합의의 명분과 공간을 열어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번 1차 ITC 판결이 그대로 확정된다면 SK는 포드와 폭스바겐 수주 물량의 20~30%만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보여 대략 15조 원 정도의 손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번 소송전을 계기로 중국과 유럽업체에 지적재산권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져 우리 기업에게도 장기적으로 이익이 될 수도 있다고 한다. 미국 대형로펌만 더 이상 배불리게 하지 말고 적당한 선에서 치킨게임 종료 키를 눌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