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한화생명, GA 이슈로 연일 ‘소란’
삼성생명, 소형 GA 수수료 먹튀 당해 '관리부실' 지적 한화생명, 자회사 GA출범 앞두고 노조와 갈등
국내 생명보험사 업계 1‧2위인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이 GA(법인보험대리점) 관련 이슈로 잡음이 일고 있다. 삼성생명은 소형 GA로부터 수수료 ‘먹튀’를 당해 '관리의 삼성'에 헛점을 드러냈는가 하면, 한화생명은 곧 있을 자회사형 GA 출범을 앞두고 노조와 연일 갈등을 빚고 있다.
최근 삼성생명은 한 소형 GA로부터 선지급 수수료 ‘먹튀’를 당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상공인경영지원센터보험대리점’이라는 소형 GA로부터 40억원 수준의 수수료를 떼였기 때문이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해당 GA는 지난 2016년 4월 설립된 곳으로, 지난해 6월 기준으로 임원 2명과 설계사 8명으로 구성됐다. 생명보험사 2곳과 손해보험사 2곳, 총 4곳과 계약을 맺었지만 실적은 생명보험에서만 냈다. 당초 최근 3년간(2018~2020) 2496건 신계약건수, 9억9850만원의 모집실적을 올렸지만, 대부분이 실효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조회되는 계약건수는 433건, 모집실적은 1억3462만원뿐이다.
해당 GA는 앱 개발과 보험 판매를 겸하며 영업을 이어왔다. 소상공인을 상대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신 보험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영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을 실제로 계약한 이들 가운데 소상공인이 아닌 계약자도 많고, 보험료는 대납형태로 명의만 빌린 가짜계약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현재 해당 GA는 사업을 철수한 상황이다. 상공인경영지원센터보험대리점이 입주했던 건물 내 한 입주자는 “코로나로 사업이 부진하자 지난해 7월쯤 건물에서 짐을 빼고 철수했다”며 “별달리 이들을 찾아온 이는 없었다”고 말했다. GA가 대부분 삼성생명 상품을 판매했던 탓에 삼성생명의 수수료 피해액이 40억원에 달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생명과 계약을 맺은 것은 지난 2017년 9월 15일부터지만, 지난해 하반기 삼성생명은 계약 체결사 명단에서 이름을 뺐다. 업계 1위 생보사인 삼성생명이 계약을 맺은 지 3년이 채 되지 않은 소형GA로부터 먹튀를 당하자 관리가 부실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삼성생명 측은 해당 사실을 인지하고 있으며, 자사도 피해자라는 입장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해당 GA와는 한두 해가 아니라 오랫동안 거래하다 피해를 입게 됐다”며 “향후 수수료 환수제도를 통해서 금액을 복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화생명은 다음달 1일 한화생명금융서비스 출범을 앞두고 있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한화생명 개인영업본부 산하 보험 모집 및 지원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설립하는 자회사형 GA다. 업계 선두로 보험상품 개발과 판매 조직을 분리하는 ‘제판분리(제조‧판매 분리)’ GA를 설립하는 만큼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자본금 6500억원에 영업기관 540개, 임직원 1400명, 보험설계사 2만 명으로 구성된 초대형 판매전문회사로, 출범과 동시에 업계 1위 자리에 오를 전망이다. 대표이사에는 구도교 한화생명 영업총괄 전무가 내정됐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가 출범하면 한화생명은 상품 개발과 자산 운용, 신사업 등에 집중한다. 특히 한화생명은 최고디지털전략책임자(CDSO)인 김동원 전무 진두지휘 하에 디지털 중심 신사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 준비를 하고 있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 출범이 코 앞으로 다가왔지만 한화생명은 연일 노조와 갈등을 빚고 있다. 앞서 지난 1월 정규직 노조인 사무금융노조 한화생명보험지부와 대립하다 노사가 고용안정과 근로조건을 유지하는 내용에 합의하며 잠정합의안이 도출됐지만, 이번에는 보험설계사(FP)들과 갈등을 빚으며 상황은 악화일로에 치닫고 있다. 보험설계사 노조인 사무금융노조 보험설계사지부 한화생명지회는 GA 분리 과정에서 사측이 일방적으로 보험판매 수수료를 삭감하고,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자회사에 강제로 이동시키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현재 가입한 보험설계사는 약 2500명으로, 노조원 일부는 한화생명 본사인 63스퀘어 앞에서 천막 농성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갈등의 기폭제가 된 사건은 지난 6일 한화생명이 농성장 앞에 화단을 설치하려 했다가 조합원 항의로 철수하면서다. 노조는 한화생명이 화단을 설치해 집회 활동을 저지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 11일 오후 노조는 ‘한화생명 집회방해 만행 규탄 및 교섭촉구 결의대회’를 열고 사측이 단체교섭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경찰과 대치하는 가운데 농성장을 중심으로 보험설계사 약 300명은 63스퀘어를 둘러싸고 피켓을 들었다. 노조 관계자는 “천막 농성이 시작된 이후로 줄곧 대규모 인원에 달하는 경찰과 대치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노조가 요구하는 것은 ▲노조 활동 보장과 단체협상 체결 ▲자회사 이직에 따른 퇴직위로금 지급 ▲한화생명금융서비스 영업규정과 제휴보험사 수수료 규정 공개 ▲보험계약 이관과 잔여수수료 지급 등이다. 또 지난 3년간 하락한 수수료 환산율을 원상회복해 소급 적용할 것, 보험계약 유지관리 업무책임은 보험설계사가 아닌 사측이 질 것 등도 요구하고 있다.
김준희 한화생명지회장은 “통상 해촉 사인을 하고 위촉 사인을 하는데, 우리는 해촉 사인도 안 하고 이유 불문 없이 위촉 승계에 따른 통지서에 사인을 하라고 한다"며 "보험설계사들은 지점장들에게 한 달 넘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지회장은 “회사는 4월 1일 한화금융서비스를 설립해야 하는데 노조와 교섭하지 않고 법적인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으면 한화생명은 금융감독원으로 넘어 가 사법제재를 밟게 될 것”이라며 “김승연 한화 회장도 7년간 업무밖에 있다가 이제 등기이사도 아닌 이사로 업무에 복귀했는데, 한화생명은 법무팀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고 경고했다.
한화생명은 사측이 보험설계사에 대한 수수료 삭감은 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이 보험설계사가 새로 계약을 체결하고 받는 계약 1년차 모집수수료를 월 보험료의 12배 이내로 제한하는 일명 ‘1200%룰’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2만 명에 달하는 보험설계사가 언제부터 근무를 시작했는지 일일이 파악하기 어려워 위로금 지급 등에 어려움이 있다는 입장이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현재 사무금융노조 산하에 설계사 정규직 노조와 설계사 노조가 있고, 그 중에 대표교섭단체를 지정해야 하는데 그게 이뤄지지 않아 사측 입장에서는 누구를 상대로 이야기해야 할 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면담은 계속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험설계사 노조와 한화생명간 대치는 이어지고 있다. 한화생명 주주총회가 진행된 지난 15일에도 노조는 집회를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