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동 트리마제·반포리체 등 아침식사 제공 인기...재건축 수주 위한 필수카드 급부상

서울시 서초구 반포리체 아파트가 입주민들의 요청으로 지난 9월 중순부터 4000원에 오전 6시 30분부터 8시 30분까지 조식 서비스를 제공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서울시 서초구 반포리체 아파트가 주민의 요청으로 지난 9월 중순부터 4000원에 오전 6시 30분부터 8시 30분까지 조식 서비스를 제공해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한 입주민이 2일 아침 식사를 먹기 위해 커뮤니티센터로 들어가고 있다. /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서울시 서초구 반포리체 아파트가 주민의 요청으로 지난 9월 중순부터 4000원에 오전 6시 30분부터 8시 30분까지 조식 서비스를 제공해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한 입주민이 2일 아침 식사를 먹기 위해 커뮤니티센터로 들어가고 있다. /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날마다 호텔 조식 서비스 받는 기분이에요. 그것도 단돈 4000원으로요."

2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리체 아파트 커뮤니티센터 북카페에 마련된 카페테리아는 이른 시간임에도 벌써 10여명이 자리를 잡고 아침식사를 먹고 있었다. 광화문으로 출근하는 은행원 김모(36)씨도 접시에 샌드위치, 새우볶음밥, 닭가슴살 땅콩소스샐러드, 과일 샐러드, 방울토마토를 담아 행복한 아침을 즐겼다. 호박죽도 한그릇 따로 챙겼다. 

김씨는 "아내가 조그만 가게를 운영하는데 밤 늦게까지 일하고 돌아와 아침마다 끼니 챙겨주는 모습이 안타까웠다"면서 "한달전에 이 아파트로 이사온 이유 중 하나도 조식 서비스때문이었다"며 후식으로 주스까지 마셨다.

'밥 해주는 아파트'가 새로운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다. 아직 초기 단계지만 바쁜 아침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줘 특히 맞벌이 부부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서울 일부 아파트단지에서 조식 서비스가 시작됐다. 2~3년 전 조식 서비스를 공약한 분양단지가 생겨났지만 실제로 조식 서비스가 시작된 것은 지난 여름부터다.

가장 먼저 '아침밥을 준 곳'은 성동구 성수동의 트리마제 아파트. 지난 5월 입주한 트리마제는 7월부터 6000원에 오전 7시부터 오후 1시까지 조식과 중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 뒤를 이어 반포리체도 지난 9월 중순부터 4000원에 오전 6시30분부터 8시 30분까지 2시간 동안 조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반포리체의 조식 서비스는 건강을 고려한 다양한 메뉴로 유명하다. 지난주 일주일 동안의 메뉴를 살펴보면 입이 떡 벌어진다. 월요일은 튜나 샌드위치·치커리 샐러드·요거트+그레놀라·흑임자죽·과일·주스, 화요일은 몬테크리스토·김치볶음밥·리코타 샐러드·쑥떡·과일·우유, 수요일은 크로와상 샌드위치·비트 샐러드·삶은 계란·일본식 가지덮밥·과일·민트티다.

목요일은 모닝 샌드위치·과일 샐러드·닭가슴살 땅콩소스샐러드·단호박죽·새우볶음밥·과일·주스, 금요일은 반미 샌드위치·오믈렛·훈제 오리샐러드·유부초밥·브로콜리 스프 크루통·바나나·주스다. 매일 신메뉴를 선보여 골라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서울시 서초구 반포리체 아파트는 주민들의 열화와 같은 요청으로 지난 9월 19일부터 4000원에 오전 6시30분부터 8시 30분까지 조식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그 반응이 뜨겁다. 사진은 반포리체 아파트의 조식 사진. /양혜원 기자
서울시 서초구 반포리체 아파트는 주민들의 열화와 같은 요청으로 지난 9월 19일부터 4000원에 오전 6시30분부터 8시 30분까지 조식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그 반응이 뜨겁다. 사진은 반포리체 아파트의 조식 사진. /양혜원 기자 

고등학생 자녀를 둔 40대 주부 민모씨는 아이를 깨우고는 곧바로 카페테리아에서 아침식사를 포장해 가져온다. 등교길에 가지고 가 학교에서 간단하게 아침을 먹도록 하기 위해서다. 민씨는 "아침밥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너무 좋다"며 "아이도 잠을 조금 더 잘수있는데다 학교에서 먹을수 있어 오히려 좋아한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반포리체는 현재 커뮤니티 서비스 위탁업체인 SM스포츠가 입주민 요청을 받아 서비스를 시작했다. 초기에는 오전 7시30분부터 1시간 동안만 운영했다. 

그런데 이웃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보다 여유있게 먹고 싶다는 입주민들의 요청에 따라 배식시간도 오전 6시30분부터 2시간으로 늘렸다. 처음에는 30인분만 음식을 준비했다가 먹지 못하고 돌아서는 주민들이 많아져 1주일 만에 160인분으로 5배 이상의 음식을 준비했다.

하루 평균 이용 인원은 최대 150명 안팎이다. 절반의 주민은 음식포장으로 식사를 가져져가고 절반 정도는 카페테리아에서 식사를 하고 간다. 

직장에 다니는 두자녀와 함께 살고 있는 60대 퇴직자 박모씨는 "자식들이 출근하면 혼자서 TV를 보면서 밥을 먹었는데 이제는 커뮤니티센터에서 같이 먹을수 있어 좋다"라며 "이웃 주민과 인사를 하기도 하고 새로운 친구가 생길 것만 같다는 생각에 아침부터 옷차림도 깔끔하게 하고 온다"고 말했다.

서울시 서초구 반포리체 아파트가 입주민들의 요청으로 지난 9월 중순부터 4000원에 오전 6시 30분부터 8시 30분까지 조식 서비스를 제공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이렇게 조식 서비스가 입주민의 인기를 끌자 재건축 시장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강남 재건축아파트 공사를 수주하려는 건설사들이 앞다퉈 조식 서비스를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이들이 입주하는 2년 뒤에는 강남권 고급 아파트에는 대부분 조식 서비스가 기본으로 갖춰질 전망이다.

지난 9월 11일 송파구 신천동 미성·크로바 아파트 재건축 시공사로 선정된 롯데건설은 입찰 때부터 조식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롯데건설은 특히 계열사인 롯데호텔의 운영 경험을 살려 호텔급 조식 서비스를 공급할 계획을 세웠다. 

이런 상황은 현대건설도 마찬가지다. 현대건설은 반포주공1단지를 수주할 때 현대백화점그룹·서울성모병원 등과 협력해 입주 후 조식 서비스를 100회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입주 공약으로 내세우지는 않았지만 강남권 입주 예정 다른 단지들도 이러한 상황에 발맞춰 조식 서비스를 도입할 계획이다. 지난해 분양한 개포동 디에이치 아너힐즈, 래미안 블레스티지 시공사와 입주 예정자들도 다른 단지 사례 등을 분석하며 도입 추진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서울에서 시작한 조식 서비스 바람은 신도시로도 확산되고 있다. 수도권 위례신도시 위례자연앤 래미안e편한세상은 풀무원과 협력해 3500원에 조식서비스를 제공할 것을 약속했고 상황에 따라 점심식사와 저녁식사까지 제공할 예정이다. 

경기도 하남 미사강변도시의 미사강변센트럴자이도 입주민 요청에 따라 조식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그러나 조식 서비스 도입에 실패한 곳도 있다. 지난해 조식 서비스를 시범운영한 서초구 잠원동 아크로리버파크는 입주 후 4개월 만에 조식 제공을 중단했다. 서울가든호텔과 연계해 케이터링으로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가격이 2만원으로 비싼 게 실패요인이었다. 

이렇다 보니 저렴한 가격에 품질좋은 음식을 제공하는 것이 역시 관건이다. 4000원에 반포리체 조식서비스를 제공하는 유현진 SM스포츠 본부장은 “처음엔 30여개 식품업체가 적자를 예상해 납품을 거절해 어려움이 있었다"면서 "반포리체 인근 음식점 등에서 신선한 재료를 공급받기로 해 원가 부담을 대폭 줄인게 성공의 요인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기존 아파트 커뮤니티 시설의 공간을 사용기 때문에 임차료가 들지 않아 150명 정도 식사하면 손익분기점을 충분히 맞출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포리체는 식사비를 관리비에 추가해 조식 서비스 이용 가구에 한해 선택적으로 부과한다. 공동주택관리법에서는 단지 내 수익사업을 금하고 있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입주민들이 실질적으로 원하는 서비스인데다가 최근 계속해서 요청을 하고 있는 상태여서 최대한 입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운영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면서 "합리적인 가격과 서비스가 계속된다면 긍정적인 성과를 이룰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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