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청년·K-9 청년 등 '현장' 목소리 강조···'윤석열 스타일'
"최재형, 윤석열 대항마 못 돼···홍준표·안철수와 '2위' 경쟁"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본격 '정치인 윤석열' 활동을 시작했다.

윤 전 총장은 29일 서울 서초구 매헌윤봉길의사기념관에서 정치 참여 기자회견을 갖고 정치인으로서 2막을 열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정치 출마 선언을 갖고 본격 정치 행보에 나섰다. 윤 전 총장은 기자들과 접촉면을 넓히고 페이스북을 개설하는 등 소통에 방점을 찍고 있다. 사진은 이날 오후 1시 서울 서초구 매헌윤봉길의사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윤 전 총장의 모습. /윤석열 공보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정치 출마 선언을 갖고 본격 정치 행보에 나섰다. 윤 전 총장은 기자들과 접촉면을 넓히고 페이스북을 개설하는 등 소통에 방점을 찍고 있다. 사진은 이날 오후 1시 서울 서초구 매헌윤봉길의사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윤 전 총장의 모습. /윤석열 공보실

# 윤석열, '공정' '헌법' '정권 교체'···단어 선택 '더 세졌다'

윤 전 총장은 이번 기자회견에서 '공정과 상식'을 기치로 문재인 정권을 향해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검사 시절에도 국정감사장에 출석해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조직에게 충성한다" 등의 '센' 발언을 거침없이 해 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수위가 더욱 올라갔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윤 전 총장은 현 정권을 향해 "국민을 내편, 네편으로 갈라 상식과 공정, 법치를 내팽개쳐 나라의 근간을 무너뜨렸다", "권력을 사유화하는데 그치지 않고 집권을 연장해 계속 국민을 약탈하려 한다" 등이라고 말하며 '반문 정서'를 확고히 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3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윤 전 총장의 강경한 태도에 대해 "보수 대표성을 부각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엄 소장은 "최재형 감사원장이 (대권 구도에) 조기 등판했고, 홍준표 의원도 국민의힘 복당 후 윤 전 총자에 대한 공세를 본격화하고 있다"며 "야권 대선 주자 구도 내 변동 요인이 커지자 (윤 전 총장이) 이를 차단하기 위해 굉장히 센 발언을 쏟아부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15분가량 이어진 윤 전 총장의 정치 참여 선언에서 '정권 교체'라는 직접적 언급은 총 8번 나왔다.

시대의 화두인 '공정'은 총 9번이 언급됐다. 특히 '공정'은 현 정권의 아킬레스건이기도 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여권 인사와 그 가족들을 둘러싼 입시 비리 의혹,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발 부동산 투기 논란 등이 잇따르자 정부여당을 향해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이 들끓었다.

이날 윤 전 총장의 연설에서 반복된 법치(8회), 상식(7회), 공정 등은 사실상 이를 정조준하는 단어였다.

'민생'의 목소리를 담은 것도 특징이었다. 이날 회견에 앞서 윤 전 총장 측은 "이날은 제2연평해전 순국장병을 기리는 날"이라며 제2연평해전 희생자들과 모드  순국장병을 위한 묵념 시간을 가졌다.

윤 전 총장 역시 선언의 첫머리에서 "지난 3월초 공직에서 물러난 후 많은 분들을 만났다"며 '천안함 청년 전준영', 'K-9 청년 이찬호', '마포의 자영업자' 등을 소환했다. 

국민의힘 소속 한 의원은 "'윤석열 스타일'대로 말했다"며 "본인이 직접 현장에서 만났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으려 노력했던 모습을 보여주며 현실적인 접근을 하려 애쓴 것 같다"고 바라봤다.

윤 전 총장은 검사 출신이다. 홍준표 의원을 비롯해 국회의원 가운데서는 검찰 출신 인사가 많지만, 이러한 정치적 경험 없이 대권으로 직행하는 경우는 드물다. 게다가 우리나라 헌정사상 '검찰 출신 대통령'은 아직까지 배출된 적 없다.

'검사'라는 꼬리표는 양날의 검이다. '공정', '강인함' 등의 긍정적 이미지를 내세우기도 하는 반면 '차갑다', '정치 경험이 부족하다' 등의 부정적 이미지도 갖는다. 윤 전 총장이 본인이 직접 청취한 현장의 목소리를 강조한 것도 이러한 이미지를 융화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최근 윤 전 총장의 '소통 광폭 행보'도 이와 관련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국회 소통관을 찾아 기자들과의 만남을 가졌다. 그는 전날 기자회견 직후에도 기자들이 있던 기념관 2, 3층을 직접 돌며 한 명 한 명과 인사를 나누고 악수했다. 

공식적으로 페이스북도 개설하며 SNS 소통의 장도 열었다 윤 전 총장의 페북 프로필 사진은 자신의 반려견을 껴안고 있는 사진이다. 이 역시 친근한 모습을 보여주며 '차갑다'는 이미지를 벗어나려는 시도의 일환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29일 정치 출마 선언에서 국민의힘 입당 여부를 묻는 질문에  "정치 철학면에서는 생각을 같이 한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은 3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윤 전 총장이) 기자회견에서 '생각을 같이 하는 정당'이라고 했다"며 "(이는) 당연히 입당이 전제된 것 아니겠느냐"고 바라봤다. 사진은 이날 조선일보 주최로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 개회식 티타임에서 대선출마를 선언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오른쪽)과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인사하고 있는 모습.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29일 정치 출마 선언에서 국민의힘 입당 여부를 묻는 질문에 "정치 철학면에서는 생각을 같이 한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은 3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윤 전 총장이) 기자회견에서 '생각을 같이 하는 정당'이라고 했다"며 "(이는) 당연히 입당이 전제된 것 아니겠느냐"고 바라봤다. 사진은 이날 조선일보 주최로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 개회식 티타임에서 대선출마를 선언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오른쪽)과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인사하고 있는 모습. /국회사진기자단

# 野 "잘 했다" 與 "안전불감증" 극단···국민의힘 입당 '청신호'?

이에 대한 여야의 평가는 엇갈렸다. 야권은 윤 전 총장이 '정치 신인'임에도 불구, 비교적 안정적으로 회견을 이끌어 갔다는 긍정적 평가를 내놨다.

전날 행사에 참석한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은 같은 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윤 전 총장의 생각이나 정치 참여 배경 등에 관해 '정제된 언어'와 '강한 언어'를 활용해 잘 표현했다"고 호평헀다. 

하지만 여권에서는 '구체성이 없다', '공약 제시가 미흡하다'며 윤 전 총장의 약점을 파고들었다.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 행사장에 수많은 인파가 모여 안전 사고가 일어난 것을 문제삼기도 했다.

김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안전, 두 글자를 찾을 수 없는 윤석열 출마선언문'이라는 글을 올리고 "윤 전 총장이 출마 선언을 한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 주변에 1000명에 가까운 지지자들이 모여들었다고 한다"며 "엄청난 인파가 윤 전 총장이 탑승한 차량을 둘러싸면서 기념관 밖이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상당한 인파가 몰릴 것이 충분히 예견 가능했다"면서 "그럼에도 현장에서 질서 유지와 안전을 위한 인력은 턱없이 부족했다"고 지적하며 윤 전 총장이 자신의 정치 행사에만 집중했을 뿐 국민의 안전은 뒷전으로 넘겼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의원은 여권의 공세에 대해 "그런 식의 반응은 당연히 예상된 일"이라며 "처음으로 정치 참여 선언을 하고 대선 출마를 알리는 자리였지 모든 정책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는 자리가 아니지 않았느냐"고 받아쳤다.

엄 소장은 정치 참여 선언 이후 이어진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서 윤 전 총장이 '핵심 키워드'를 명확히 밝히지는 못했다면서도 "다만 김정은 국방위원장이나 대일 정책 등 국내외 현안을 바라보는 시각은 유연했다"며 "전반적으로 기자회견을 자신이 주도해 이끌어 가며 페이스를 유지해 대선 후보로서의 자질을 어느 정도 갖췄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정치 요소로는 야권 내 또 다른 대권 후보로 급부상한 최재형 감사원장과의 대권 구도, 국민의힘 입당 여부가 많은 관심을 모았다.

실제 윤 전 총장은 최근 지지율 하락 양상을 보이자 일각에서는 최 원장의 등판으로 야권 내 대권 구도가 재편될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엄 소장은 "최 원장은 (대선에 출마할) 명분이 약하다"며 "최 원장의 지지율이 윤 전 총장에게 타격 갈 수준으로까지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감사원과 검찰 등 사정기관의 장(長)은 정권에 구애받지 않고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임기를 보장한다. '정치적 중립성'을 보호하는 것이다. 그러나 윤 전 총장과 최 원장 모두 임기를 만료하지 못한 채 자리에서 물러난 상황이다.

다만 검찰총장의 경우 현행 검찰청법을 통해 임기가 보장되지만, 감사원장은 이보다 우리나라 법의 근간이 되는 '헌법'에 의해 임기가 보장된다는 차이가 있다. 최 원장의 임기 미달은 '헌법정신'을 거스르는 것과 같은 무게를 지닌다는 지적이다. 

엄 소장은 "최 원장은 아마 윤 전 총장의 입지를 위협한다기보다 홍준표 의원이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과 야권 내 대권주자 '2위'의 자리를 놓고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출마 선언 후 기자들과 일문일답에서 국민의힘 입당 여부에 대해 "정치 철학면에서는 생각을 같이 한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버스는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일명 '정시 버스론'으로 윤 전 총장을 압박하는 모양새이나 이에 대해 윤 전 총장은 이렇다할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이만희 의원은 이와 관련해 "(윤 전 총장이) 기자회견에서 '생각을 같이 하는 정당'이라고 했다"며 "(이는) 당연히 입당이 전제된 것 아니겠느냐"고 윤 전 총장 합류에 무게를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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