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법 국회 통과하면 삼성생명이 가진 삼성전자 지분 처분해야
10조 상속세 해결 위해 이 회장 전자 지분을 물산에 증여할 가능성도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별세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대주주로 있는 삼성물산을 정점으로 삼성그룹에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당장은 지배구조 체제 변화가 크게 없을 예정이지만, 이 회장의 그룹 지분 상속과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변수로 떠오른 상황이다.
현재 삼성그룹 지배구조는 '이재용→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기타 계열사'로 요약된다. 이 부회장은 현재 삼성물산 지분을 17.3% 보유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삼성생명 지분 19.3%를,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8.5%를 보유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삼성물산은 사실상 삼성그룹 지주회사 역할을 맡고 있다.
삼성물산을 정점으로 한 삼성그룹 지배구조는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이 회장의 상속과 삼성생명법을 중심으로 시장에서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쏟아내고 있다. 당분간은 지금과 같은 지배구조 체계가 유지되더라도 향후 개편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 삼성 지배구조 뒤흔드는 '삼성생명법'
현재 삼성생명법은 삼성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이슈의 중점에 서 있다. 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 8.8% 가운데 상당 부분을 처분해야 한다. 그룹 지배구조의 중간다리 역할을 맡은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하게 되면 이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이 크게 줄어든다.
삼성생명법이라고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이슈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9대와 20대 국회에서도 법안이 발의된 바 있다. 이번 21대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과 이용우 의원이 지난 6월 각각 법안을 발의했다. 금융당국도 힘을 싣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지난 12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법안 개정의 방향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험업법은 보험사가 총자산의 3%를 초과해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대주주 및 자회사가 발행한 채권 주식을 소유하는 것을 금지한다. 현행으로는 총자산과 자기자본에 대해서는 '시가', 주식 또는 채권 보유 금액은 '취득 당시 원가'로 계산한다. 개정안은 보험사가 주식과 채권 보유 금액까지 '시가'로 평가하자는 내용이 담겼다. 보험사 가운데 이 내용이 적용되는 곳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유일해 삼성생명법으로 불린다.
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이 가진 삼성전자 지분을 상당수 처분해야 한다. 지배구조 개편이 불가피한 만큼 삼성물산이 삼성그룹의 실질적인 지주회사로 삼성전자 지분을 매입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의 상당부분을 매각하게 된다면 삼성물산이 삼성그룹의 실질적인 지주회사로서 삼성전자 지분을 매입하는 명분은 충분히 있다"고 밝혔다.
이 연구원은 또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이 크기 때문에 매입자금을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며 "삼성물산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43.4%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삼성전자에 매각하고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매입하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을 매입해 지배력을 강화할 필요성은 있지만, 꼭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매각해 재원을 마련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재선 선한스탁 연구원은 "바이오는 5G, 인공지능(AI), 시스템반도체와 더불어 이 부회장이 지난 2018년 미래성장사업 육성계획에서 4대 분야로 꼽은 바 있는 미래먹거리"라며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지난해 흑자 전환한 만큼, 성장세를 보이는 삼성바이로직스의 지분을 처분하는 게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만은 어렵다"고 말했다.

# 증권가, "상속세 재원 마련 위해 주주 배당 확대할 것"
고 이건희 회장이 보유하던 지분 상속도 변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 회장의 보유 주식 평가액은 23일 종가 기준으로 18조 2251억원에 달한다. 이 회장의 보유 주식 가운데 삼성전자 2억 4927만 3200주(지분율 4.18%)가 15조 62억원으로 대부분에 달한다. 또 삼성전자 우선주 61만 9900주(0.08%), 삼성SDS 9701주(0.01%), 삼성물산 542만 5733주(2.88%), 삼성생명 4151만 9180주(20.76%) 등을 보유했다.
이 회장의 보유 주식에 따른 상속세만 10조원이 넘는다. 국내 재계 역대 최고 금액이다. 상속세를 위한 재원을 확보하는 과정에 대해서도 여러 추측이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이 회장을 포함한 오너 일가가 삼성생명을 상속받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삼성전자 지분은 삼성물산을 통해 법인 증여받을 것이라는 예측도 내놨다.
은경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내고 "삼성생명의 지분 상속은 2조 6000억원 내외인 만큼, 금액 자체는 크지 않지만 삼성전자 대주주 지분이라 외부 매각 가능성보다는 오너 3세들에 상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은 연구원은 또 "삼성전자 지분의 향방은 삼성물산 법인 증여와 공익법인 출연, 오너 3세 직접 상속 등 크게 세 가지가 가능하다"고 봤다.
그러면서 그는 "고 이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을 삼성물산에 증여할 경우, 삼성전자에 대한 현재의 지배권을 유지하는 가운데 세 부담과 오너 3세 간의 상속 형평성 이슈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안"이라며 "삼성전자에 대한 직접 지배력이 약화되는 것은 불가피하나 삼성물산의 가치가 증대될 경우 실질적인 상속 가치는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한편, 증권가는 이 회장 별세에 따른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해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가 지분을 매각하기보다는 배당을 확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연구원은 "특히 삼성전자는 주주 환원정책을 강화하면서 꾸준히 배당을 확대해왔다"며 "주주와 회사 이미지 제고 차원을 위해서라도 배당 강화라는 '윈윈' 정책을 쓸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