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사극 고정관념 벗어난 개성 넘치는 코믹수사 영화…두 주인 찰떡궁합 뽐내

근엄하게만 비춰지던 임금님이 날카로운 추리력을 뽐내며 직접 수사에 뛰어든다.
오는 26일 개봉하는 ‘임금님의 사건수첩’이 조선판 과학수사라는 흥미로운 소재에 코믹이 더해지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이런 인기를 반영하듯 원작만화을 먼저 읽어보고 영화를 감상하려는 '정주행 관객'들도 많다.
17일 오후 서울 성동구 CGV왕십리에서 영화 ‘임금님의 사건수첩’ 언론배급시사회가 열렸다. 시사회장에는 문현성 감독과 배우 이선균, 안재홍, 김희원이 참여하면서 활기를 더했다.
‘임금님의 사건수첩’은 예리한 추리력의 막무가내 임금 ‘예종’(이선균)과 천재적인 기억력을 가졌지만 특유의 어리버리함이 매력인 신입사관 ‘이서’(안재홍)가 한양을 뒤흔든 괴소문의 실체를 파헤치기 위해 과학수사를 벌이는 코믹수사활극이다.
문현성 감독은 “조선시대가 배경인 사극이지만 한국의 감성을 살려 히어로 영화처럼 진행해보려는 도전이 담긴 영화다. 관객분들에게 어떻게 비춰질지 매우 기대중이다”라고 제작 소감을 밝혔다.
◆ 임금이 직접 발벗고 나서는 과학수사 현장감 생생

영화에서 조선의 임금이자 명탐정으로 활약하는 ‘예종’은 첫 등장부터 예사롭지 않다. 인사차 방문한 신입사관 이서 앞에서 대뜸 주인이 누구인지 알 수 없는 ‘눈알’을 꺼내놓는 다거나 수사를 위해 직접 시체를 부검하다가 맛을(?) 보는 등 괴짜 탐정의 아우라를 여과 없이 드러낸다.
문 감독은 “임금님이 가만히 앉아서 신하들에게 지시만 내리는 것이 아니라 직접 자기가 발로 뛰면서 사건을 파헤치고 해결하는 것이 시나리오 작업할 때의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며 “거기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재미있는 상황들이 이 영화의 감상포인트다”라고 짚었다.
이선균은 “이번 영화로 사극에 처음 도전했는데 도포를 입고 임금의 역할을 하려니 행동이나 말투에서 자유롭지 못하겠더라”며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욕먹을 각오 하고 기존 임금의 틀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했다. 일부러 자세를 삐딱하게 하거나 남들과는 다른 사고를 가지고 접근했다”고 털어놨다.
문 감독은 “나 역시 사극에 대한 선입견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깨고 계획했던 설정을 관객들에게 제대로 펼쳐 보이려고 고민을 많이 했다”며 “물론 코미디가 영화 전면에 배치됐으나 미쟝셴 등의 다른 영화적인 요소를 꼼꼼히 넣으면서 이를 보완하고자 했다. 이 노력이 관객들에게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 츤데레 임금님과 어리버리 사관의 ‘남남케미’

요즘 관객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 바로 배우들간의 ‘케미’다. 이선균과 안재홍은 언뜻 봐서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으로 보인다. 그러나 영화가 시작된 순간 두 배우는 궁을 탈출하고 담을 넘으며 도무지 어디로 튈 지 알 수 없는 임금과 그런 주군의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해야 하는 사명을 가진 사관으로 변신하면서 완벽 케미를 드러냈다.
이선균은 “극중 대신들과는 적대적이고 대립적인 분위기를 만들었지만 ‘윤이서’를 대할 때에는 편안한 ‘동네형’같은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거리감 없는 친밀한 관계를 영화 속에 듬뿍 담은 덕에 윤이서역을 맡은 안재홍이 영화에서 '타작'을 많이 당했다. 서운하진 않았냐는 질문에 안재홍은 “선배님이 워낙 불시에 공격해오셔서 맞는 줄도 모르고 넘어갔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나 처음부터 죽이 잘 맞았던 것은 아니다. 이선균은 “초반에는 둘 다 사극이 익숙하지 않아 호흡을 맞추는데 상당히 힘들었다”며 고충을 드러냈다.
이어 “밥을 먹으면서 물어보니 ‘너무 긴장이 된다’고 말했다.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일단은 연기에 집중하라고 타일렀다. ‘형이 애드립으로 커버해주겠다’고 말했더니 분위기가 편해지면서 재홍이 특유의 표정연기가 살아났다. 그 후로는 재홍이 얼굴만 봐도 너무 웃음이 나서 내가 NG를 자주 냈다”고 말했다.
안재홍도 “선배님들이 많이 도와주셔서 촬영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며 “현장에서 리허설을 하면서 함께 장면들을 만들어 간 덕분에 내내 즐거운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 원작만화 올컬러 애장판 세트로 새로 출간..."서로 다른 부분 캐치하며 감상하면 더 흥미진진"

‘임금님의 사건수첩’이 이달말 관객들을 찾아가면서 원작만화도 관심을 끌고 있다. 영화를 보기 전 예종과 윤 사관의 유쾌한 사건·사고를 먼저 살펴보려는 '정주행'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영화와 원작만화의 설정·내용에는 차이가 있다. 원작만화의 팬이라면 서로 다른 부분을 하나둘씩 캐치하며 감상하는 것도 영화를 더 재미있게 즐기는 비법이다.
문 감독은 “‘영화는 원작과 다른 버전인 것이 더 재미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갖고 제작했다”며 “관객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영화를 즐겨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에 발맞춰 서울문화사는 지난 2014년에 출간했던 원작만화 '임금님의 사건수첩'(작가 허윤미)을 올컬러 애장판 세트(3만6000원)로 묶어 새로 선보였다. 한장 한장 넘길때마다 색채감 넘치는 올컬러 본문이 재미를 더욱 증폭시킨다.
사건이 있는 곳이면 어김없이 달려가는 예종과 윤 사관의 CSI 뺨치는 수사를 영화 감상 전에 미리 만나 보자.

